8월 둘째주
#1.
어른들을 대하는 게 어려웠던 적은 없다. 그러니까 웃어른, 예의범절, 상석이 어디라던가 미리 수저를 놓는 이런저런 막내로서의 허드렛일들.
안타깝게도 위계질서가 뚜렷한 사회에서 계속 살아왔던지라 이러한 "예의", 요즘 MZ들이 생각하기에는 구식일지도 모르는 허례허식들이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긴장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친가를 방문할 때다.
#2.
어렸을 때에는 모든 가정이 그런 줄 알았다.
항상 잉꼬부부처럼 사랑이 쏟아지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슬그머니 냉한 기운이 돌면 명절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가기 싫다는 어머니와 그래도 가야하지 않냐는 아버지의 대치가 이어지고, 친가를 다녀오는 길에는 늘 싸움이 따르고.
조금씩 쥐어지는 용돈 말고 명절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모여서 신경전을 벌이고 흩어져서 화를 낼거면 애초에 안 모이면 그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 것도 어느 정도 큰 다음의 이야기. 더 어렸을 때는 그냥 올해의 연례행사도 이렇게 어찌저찌 흘러가는구나 했다.
어른이 되고, 각자의 명절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각 가정마다의 명절은 조금씩 모양새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여행을 가는 가족도 있고, 가서 재미있게 놀고(!) 오는 경우도 있고. 물론 타인을 만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동반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우리 가정에도 조금 변화가 생겼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 어머니가 친가, 그러니까 당신의 시댁에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여기서 다 말하기 힘든 이런저런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 결정이 내려졌을 때, '드디어! 마침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결정이었고, 모두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결정이었다.
#3.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할아버지의 화살은 결국 다른 사람을 향한다.
바로 손자손녀들. 물론 핏줄의 영향인지 그 강도는 훨씬 약하지만, 당신이 기대하는 기대치는 너무나 높고 사람의 몸은 하나이기에 그것을 모두 충족하지는 못한다.
둘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혼자일 때는 불가능했던 "비교"가 가능해지기 때문. 비교 우위여도 좌불안석이고, 비교 하위여도 기분이 안 좋다. 애초에 평가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면 좋을텐데.
누군가의 선배였던 적은 있어도, 손위어른이었던 적은 없기에 대체 왜 그런 심리가 드는지 알 수가 없지만 오늘도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한 번 더 다짐한다.
명절이 화목해지는 날이 오기야 할까.
내가 부모님의 입장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의 단계가 올라갈 수록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는데, 결혼에 대한 고민을 하는 요즈음 부쩍 부모님의 입장을 헤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