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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 percent Jun 01. 2024

코드블루, 코드블루

피튀기는 외상외과 인턴 -3

새벽의 병원은

잠든 환자들의 숨소리와 당직 선생님들의 타닥이는 키보드 소리로 고요하다.

'그' 방송이 울리기 전까지는.


"코드블루. 코드블루.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코드블루. 코드블루."


방송이 울리면 인턴숙소에서 한바탕 소란이 인다.

숙소는 3층, 방송이 울린 건 1층.

계단을 뛰어내려가며 주위를 둘러보면 오늘 당직인턴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외상외과 인턴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다.

어차피 응급실 옆 당직실에서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터이니

그냥 문을 열고 처치실로 뛰어가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인턴들이 바빠 도착이 늦어질 때

홀로 끝없는 CPR compression(가슴압박)을 하는 것은 외상외과 인턴의 몫이다.




Cpr을 치기를 30분.


타과인턴일 때 외상외과 환자 cpr을 갈 때와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앰부배깅을 할 때마다 나오는 피에 앰부 백이 미끌미끌해 자꾸만 손에서 빠져나가고

석션을 하는 통이 피가 넘쳐 석션이 잘 되지 않는다.

(*앰부배깅: 환자의 입에 앰부백을 고정키고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


손을 씻으며 문득 쳐다본 거울 속에는 피투성이가 된 마스크가 비친다.

얼마나 많은 피가 저 작은 몸에서 나온건지.


교통사고 경상 환자들이 너무 많이 오는 곳이라, 또 오고 멀쩡하게 걸어나가는 곳이라

이 곳이 외상외과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찢어졌던 한 CPR.

소아 CPR이다.


손바닥으로 누를 수도 없는 작디작은 몸을 손가락 2개로 꾹꾹 누르며

무너지는 보호자들의 울음소리 뒤로 CPR을 이례적으로 1시간을 지속했다.  


그러다 결국 아기의 몸이 더는 버틸 수 없을 때 즈음,

들어와서 마주한 하얗게 질린 몸 위로는 부모님의 눈물이 떨어졌고,

보호자 한 분은 과호흡이 와서 그대로 응급실로 실려갔다.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사망선고는 분명 슬프지만 준비된 이별이라면

이곳에서의 사망선고는 자연재해같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멀쩡해던 가족이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그 위에 달라붙어 가슴을 연신 내리누르는 사람들을 보며,

이제는 환자가 소생가능성이 없음을

듣는 그 마음은 대체 어떨지

보호자들의 표정을 보며 짐작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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