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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연생 Oct 14. 2020

부동(不動)

나의 코로나 4월

 집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나의 몸은 부동(不動) 상태였지만 내면의 혼란은 폭풍 같았던 그 몇 달, 한 학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2주 간 개강이 연기된 탓에, 3월은 개학한 줄도 모르고 지나가버렸다. 4월부터 서서히 감각이 생겼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본가는 서울이 아니었기에 학교에 방문할 기회는 없었다. SNS를 보면서 박탈감을 느끼는 편이 아니지만, 학교 도서관을 찍은 사진과 함께, 마스크 착용 여부와 체온 측정을 하더라는 일화를 공유하는 동기의 단순한 인스타 스토리를 보며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상황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면서도 서울의 다른 친구들은 잘만 돌아다녔다. 사실 그들도 잘만 돌아다닌 것이겠는가. 아니겠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도 몇 명은 모여 같이 식사도 하고 도서관에서 공부도 하고 교수님과 면담도 하고 학원도 다니고 대외활동도 했다. 나는 집에서 꼼짝도 않고 작은 화면으로 대학과 세상을 보고 있었다.


 크지만 작은 세상 속에서 대학생들은, 학교가 등록금을 일정 부분 반환해야 한다며 열을 올렸다. 등록금을 반환하라니?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나는 비록 집에만 있었지만 그래도 수강하던 수업은 모두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그래서 나름 한 학기를 잘 보내고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결론 내렸나보다. 실시간이나 녹화 영상은 없고 읽기자료만 업로드하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하는 교수님이 계시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건 대면 강의에서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면 대면 강의일 때도 책이나 피피티만 읽으시는 교수님들이 계셨다. 비대면 강의로 전환되면서 대학의 기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열을 내는 대학생들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수강하는 수업에도 이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떤 수업에서는 ‘추후 있을지도 모르는 교육부 감사를 위해’ 철저해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더 철저해야 한다며 공휴일인 총선 당일 출석체크를 하겠다고 선언하시고는 정작 교수님은 출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어떤 수업에서는 온라인 메신저로만 진행하던 조별 과제가 파국을 맞고 결국 나 혼자 모든 걸 떠맡는 꼴이 되기도 했다. 나는 왜, 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4월 초에, 모든 것이 완벽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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