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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연생 Oct 12. 2020

가짜사나이는 문제다

가짜사나이가 인기있었던 이유와 문제인 이유

 올해 여름, 가짜사나이라는 컨텐츠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알고리즘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가짜사나이 컨텐츠는 영상 하나 당 5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컨텐츠에 출연했던 유튜버 등은 가짜사나이 이후 구독자와 조회수가 급등하는 이른바 ‘떡상’의 수혜를 입었다.
 가짜사나이는 이름부터 알 수 있듯, 과거 인기 있었던 MBC 예능 ‘진짜사나이’에서 차용했다. 한국 남성이 경험하는 실제 군대를 촬영했다는 점에서 당시 진짜사나이가 불러온 이슈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진정성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고,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주작사나이’ 등 오명을 갖고 있다. 여성 출연자들을 사전 정보없이 입대시켜 재미를 유발하고자 출연자들에 악플이 쏟아지게 방치했다는 지적 역시 이어지고 있다.
 진짜사나이가 ‘실제 군대에서, 가짜 훈련’을 받았다고 평가받는다면, 가짜사나이는 비록 실제 군대에서 진행되지는 않지만 ‘진짜 훈련’을 받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한국 남성 대부분이 겪는 훈련이 아니라, UDT 특수 훈련을 받도록 하고, 재미있는 편집이 아니라 마치 인간극장을 연상케 하는 건조한 편집이 특징이다. 어리바리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강도 있는 특수훈련을 받느라 얼이 빠진 일반인(혹은 유튜버)의 모습을 클로즈업한다.

 그렇다면 가짜사나이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지금, 왜 다시” 군대 이야기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던 컨텐츠의 수려함일까? 컨텐츠를 기획한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기존에 쌓아왔던 고정 구독자들과 시청층이 그대로 이어진 것일까? 둘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지만, 가짜사나이가 최근 구가하는 인기의 정도를 보면 위 두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가짜사나이의 인기 요인은 따로 있다고 본다.
 가짜사나이의 주 시청층은, 피지컬갤러리 유튜브 채널 관리자는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자료를 확보할 수는 없지만, 주로 20~30대 남성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가 많이 변했다지만 20~30대는 여전히 ‘남성성과 여성성’의 프레임을 살아오면서 학습했다. 남성들의 경우는 ‘남중 남고’ 문화에서 살펴볼 수 있는 특유의 거침없음, 모종의 폭력성 등을 성장기에 내면화했다. 과격한 스포츠를 보면서 얻는 쾌감, 대결 구도가 뚜렷한 게임에 몰입하는 경향성은, 지금도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스포츠와 게임의 인기가 대단함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로부터 내면화된 ‘남성성’은 최근 큰 도전을 받고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 모두 최근 한국 사회에서 대단한 의문을 제기받고 있지만 주로 화살은 남성에게 돌아간다. 남성성과 여성성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남성과 여성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권력의 차이 측면(예를 들면 고용률, 임금격차, 범죄율 등)이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도(예를 들어 컨텐츠 취향,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 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한국 남성들은 느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의 젠더 논의는, 각 남성 개인의 남성성 그 자체보다는 일반-남성이 사회에 차지하고 차지해왔던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향이 더 강하지만, 우리는 흔히 남성성 및 여성성을 남성과 여성 그 자체와 뗄 수 없는 본질적 특성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렇기에 남성들은, 스스로의 남성성을 남성끼리만 있을 때 외에는, ‘드러내서 좋을 것 없는’, ‘굳이 드러내지 못하는’, 그래서 ‘남성끼리만 있으면 더 편한’ 상태가 된다.

 정리하자면, 남성들은 우리 사회에서 대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남성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 컨텐츠는 어떤가? 유튜브 컨텐츠의 시청기록은 정말 웬만해서는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다. 유튜브 컨텐츠를 시청하고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기는 너무나 쉽다. 자신과 다른 아비투스를 갖고 다른 컨텐츠를 향유하는 사람은, 자신이 즐기는 컨텐츠의 시청자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경쟁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한)남성성의 정점에 달하는 “군대” 컨텐츠는 지금, 현재 한국 남성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들이 “군대”의 모든 측면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과거보다 남성은 군대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많은 언급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사회가 경쟁적이 되어가면서 약 2년 간의 공백은 치명적이고, 남성들로 하여금 군대가 “쓸데없는”, “자기계발 및 성장을 할 수 없는” 시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짜사나이의 훈련은 앞서 언급했듯 진짜사나이처럼 한국의 진짜 군대가 아니다. 2년 간의 공백, 획일화된 생활환경 등을 연상케 하는 요소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신체를 가혹하게 훈련시키고 성장하는 요소만이 남아있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겪는 불이익은 하나도 없고, 경쟁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한 남성성을 겨냥한 요소만이 남아있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인성 문제있어?’ 등으로 대표되는 언어들, 일반인을 극한까지 몰아넣는 가짜사나이의 폭력성이 “UDT 특수훈련”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남성들도 다소 폭력적인 남성성이 아주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 남성들에게 ‘특수훈련’이라는 요소는, 가짜사나이를 보고 느낀 희열과 재미를 “드러내놓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면죄부 역할을 한다. 지금도 많은 커뮤니티에서 가짜사나이의 폭력성을 문제삼는 글들에, 시청자들은 “특수훈련하는 거고 다 동의하고 갔는데 뭐가 문제냐”, “가짜사나이 논란보면 무도가 왜 망했는지 알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들이 가짜사나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특수훈련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가짜사나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특수훈련’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재미있는 컨텐츠에 쓸데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가짜사나이가 잘못된 이유는 특수훈련이라서가 아니다. 사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내면의 폭력성을 컨텐츠로 소비하고 재미와 희열을 느끼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특수훈련은 사회와 군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하지만, 우리 일반인들이 타인의 고통을 보고 희열과 재미를 느끼는 것은 전혀 필요하지도 않고 오히려 없어져야 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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