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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연생 Oct 04. 2020

뭐? 내가 비정상이라고? 말도 안 돼

정상성과 비정상성

이 글은 필자가 학부 1학년 1학기였던 2019년 3월 18일,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 강의의 '정상성과 비정상성' 과제로 제출한 글입니다. 일체의 수정없이 그대로입니다.
"나, 혹은 누군가가 비정상이라고 여겨진 경험이 있는가" 생각해보고 자신의 경험을 작성해보는 과제였습니다. ("문화충격" 개념과 연관되는 과제)

 

 나는 연세대학교에 합격한 이후,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가입했다. 연세대 학생들이 모인 그곳에서 나는 비정상으로 인식된 적이 있다. 바로 기숙사 호실 내 침대 및 책상의 자리를 선정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연세대학교의 모든 1학년 신입생은 큰 이유가 없는 한 기숙사에 입사해야 하며, 학교 측은 사전에 각자의 배정된 호실을 알려주지만 룸메이트와 연결시켜 주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 어느 위치의 침대와 책상을 사용할 것인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결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랜덤추첨방식, 상호간의 양보와 대화, 선착순, 혹은 학교에서 지정된 자리를 사용하는 방식(다만 연세대는 자리를 지정해주지 않는다) 등이 그것이다.


  나는 이때까지 ‘따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일찍 도착한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를 가진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에서 살아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할 것 없이 일정 기간마다 교실 내 자리배치를 바꿀 때 선생님께서는 랜덤으로 컴퓨터추첨을 하거나 특정 날짜에 선착순으로 정한 자리를 쭉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하셨다. 그런 문화 속에서 학교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에서는 사전에 룸메이트와 협의가 없이 선착순으로 자리를 정하는 행위를 ‘이기적’이며 심지어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행동이라고 취급했다. 나는 이런 문화 속에서 비정상인이 된 것이다.


  그런 취급 하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조금 흘러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다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정상인 것으로 인식했던 것처럼 그들도 나를 비정상으로 인식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화라는 것은 그 문화 구성원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스스로도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숙이 영향을 미치며, 이성적 판단보다는 본능적 반응에 가깝게 행동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문화 중 하나의 정답은 없다. 각 문화는 모두 나름의 형성 배경과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가 비정상인으로 여겨진 다음, 연세대의 문화는 어떤 배경에서 형성된 것일까 분석해보았다.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첫째, 연세대 기숙사의 대부분이 3인실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호실에 (대칭구조의)2인실이라면 두 침대 간의 유의미한 질적 차이가 없다. 하지만 3인실의 경우 1층침대, 2층침대, 1.5층침대로 세 침대의 성격은 꽤 다르며 사람들 사이의 선호도가 많이 갈리기에 상호간의 협의의 필요성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둘째, 서로의 룸메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에브리타임은 물론이고 특히나 신입생 대부분이 ‘연세대학교 19학번 공식 새내기’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되어있다. 이 두 공간에 자신의 호실과 함께 글을 올리면 룸메이트를 찾을 확률이 매우 높다. 실제로 입사 전까지 두 커뮤니티는 룸메이트를 찾는 글로 ‘도배’가 되었다. 이 두 가지 맥락에서 사전협의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다른 문화에 속하게 된 개인은 그 속에서 비정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각자의 문화에는 고유의 형성배경이 있으므로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을 비정상인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각자의 문화 속에서 우리는 모두 정상인이 아닌가? 다른 문화 구성원들도 나와 다르기는 하지만, 비정상인이 아니라 정상인으로 여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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