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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Mar 14. 2024

미뤄버리자.

단순한 생각메모

사무실이 조용하다. 

벌써 3번째 퇴사가 미뤄지고 나니 이제 아무 생각이 없다. 끝이 정해져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조용해져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생각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늘어짐에 끝으로 다가가면 결국 무언가 쓰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는 결론이 나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머리가 복잡해서 글로 이어지지 않아 고생이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생각나는 대로 일기처럼 또는 메모처럼 남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주말 부산에 다녀왔는데 사람이 많은 주말에 처음 가봐서 그런지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부산은 평일에 갔는데 그때도 사람이 많아 힘들었는데 주말의 부산은 집순이+내향형인 나에겐 정말 혼란 그 자체였다. 하필 화이트데이를 앞둬서인지, 아니면 드론쇼를 한다고 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사람이 너무 많았다. 


가고자 했던 카페나 음식점은 긴 웨이팅으로 인해 하나도 가지 못했고 소품샵 구경도 하지 못했다. 바다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에겐 너무 힘든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 바다 앞이 숙소라 숙소에서 원 없이 바다를 보긴 했지만 평일 여행의 여유로움을 아는 나에겐 살짝 아쉬웠을지도.



결국 아침 7시. 일어나 씻지도 않고 옷만 껴입고 나가 한참 바다를 보고 신난다고 방방거리며 뛰어다녔다. 친구와 같이 갔지만 바다 앞에서는 각자 시간을 보냈는데 바다를 걸으면서 생각한 건 너무 좋은데 여전히 명확지 않은 무언가가 계속 걸려서 답답했다는 거였다.


복잡함 속에서 생각지 못했던 것들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맞이하면 어김없이 튀어나오기 시작하는데 

어떤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는 듯 하지만 실체가 명확지 않고, 정돈된 거 같지만 부산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애매모호함이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계속 이어져서 부산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KTX 안에서도 푹 쉬는 시간에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살짝 짜증이 났다. 

뭘까? 도대체.


어떤 답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명확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랜 시간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분명히 지쳐버릴 테니까. 결국 단순하고도 갑작스럽게 결론을 내려버린다.


"퇴사가 모든 답이다."라고. 

지금 당장 생각하는 걸 피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꼭 결론을 내야 할 이유는 없는 거 아닐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지나 이 하나를 마무리 짓고 나면 다른 것들을 찾아볼 시간이 주어질 테니 그때 조금은 더 흐릿하게라도 보이길 기대하기로 했다. 하나가 정리되면 그다음 정리돼야 할 것들이 보일 테니 지루하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면 된다. 


아직 도 머나먼 나의 퇴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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