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다른 양양 Mar 18. 2024

지지고 볶고 했던 지난날을 지나.

귀여운 녀석


애들과 울고 불고, 지지고 볶고 한 시절을 지나 10대였던 아이들은 30대로 접어들고 가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아이의 부모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 보면 그때의 시간이 멀어졌구나 싶다가도

그 시간을 잘 지나서 멋지게 성장하고 있는 녀석들을 볼 때면 가슴 한 구석이 몽글몽글 해진다.


하지만 가끔은 그때 어른이었던 내가 그 아이들의 삶에 어떤 흔적으로 남았을지, 아니 흔적으로 남지 않았더라도 그때의 시간이 어떻게 남았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더 이상 그때의 열정과 사랑으로 이 일을 대하지 못하는 나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느끼곤 해서 시간이 수 없이 흘렀음을 깨닫기도 한다.


그래서 그립기도 하다.

그때 정말 즐겁기도 했지만 이제 막 20대 중반을 지나가던 나에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편견과 냉대를 경험해보기도 했고,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했고 내 맘을 알아주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혹은 내가 열심히 해도 어그러지는 결과들 때문에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문을 잠고 엉엉 울었던 적도 있던 그때가.


그때는 정말 공황장애를 갖게 될 정도로 너무 힘들고, 일정도 너무 강행군이라 '끝이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에서 돌아보니 아이들이 성장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수많은 열매를 맺는 걸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지금. 


그때 정말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거의 매일 얼굴을 보던 아이들은 10대, 20대를 지나 30대에 접어들고 가끔 혹은 SNS로 인사를 나누거나 삶을 나눈다. 아주 잠깐이고 짤막하더라도, 아니 굳이 연락을 하지 않더라도 나는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행복하길 기도한다. 


한 때, 아주 짧게나마 그 녀석들에게 선생님이라 불렸던 내가 가진 최고의 경험은 누군가의 삶을,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끔 쉬고 싶어서 찾아오더라도, 아니 아예 찾지 않더라도 묵묵히 응원하고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이 직업을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은 단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좀 더 잘 살아야지 싶다. 

좀 더 좋은 어른으로, 좋은 사람으로 내 삶이 마무리되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함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