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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Dec 29. 2021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면서...

#올해의가게 

마음이 갑갑하거나 산책을 하고 싶을 때 그러나 멀리 나갈 수 없을 때면 달려가는 곳이 있다. 


동네서점 

그곳에는 이미 읽어졌던 책을 판다. 겉표지가 반짝반짝한 새책도 좋지만, 어느 누군가에게 읽혔다가 또 나한테 까지 오게 된 책들이 좋다. 가끔 문장에 밑줄이 그어져 있거나, 페이지 끝이 접혀 있으면 문장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접혀 있는 곳을 쓰다듬어 보기도 한다. 기억하고 싶었던 부분이었겠지? 세월을 머금고 있는 책들은 나를 겸손하게 한다. 시간이 변해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지금이어서 좋은 것들, 안타깝게 시간을 앞서간 것들, 지금은 아직 모르지만 시간이 흐른 후 진가를 발휘하는 것들은 우리와 함께한다. 인생은 타이밍이고 때를 잘 타고나야 한다고들 한다. 그 순간을 알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과 여러 권 책을 골라 사서 들고 마음이 부자가 되어 집에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했다. 우리를 채워주는 우리 동네 서점 이 좋다. 


반스 앤 노블 (Barnes and Nobles) 

아마존같이 온라인으로 책을 쉽게 구매할 수 있으니, 오프라인 책방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반스 앤 노블, 미국 체인 서점인 그곳을 약대 다닐 때 거의 매일 가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공부를 했던 곳이다. 이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러 간다. 커피도 있고 책도 있어서 한번 가면 몇 시간씩 있을 수 있는 곳이다. 커피를 한잔 시키고, 책을 골라와서 읽고, 아이들과 같이 읽다가 몇 권을 사서 들고 나온다. 아마존에서 사면 싸지 않아?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을 그냥 두고 나오기 쉽지 않고, 서점들이 오래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하는 마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온다. 


책은 종이로 만들어졌고, 종이는 나무로 만들어졌으니, 책방에서 산책을 하고 왔다는 말이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마음이 갑갑할 때 산책을 떠날 수 있는 크고 작은 곳들이 계속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의 가게, 책이 있는 곳 


12.16.2021 

#올해의가게 


12월 한 달간 하루에 한 주제로 짧은 글을 올리면서 한 해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마지막 달 첫째 날  태어나서 인지 애틋한 12월, 무엇을 시작하기보다는 마무리를 해야 하는 마지막 달이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이기에 12월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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