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음식
아직은 깜깜한 새벽 부엌으로 내려온다. 커피빈이 들어있는 봉지를 열어 코를 대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들여 마시는 숨보다 내쉬는 숨이 조금 더 길어야 한다. 그렇게 두세 번 하고 나면 밤새 잘 쉬고 있던 뇌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한 스푼, 두 스푼 덜어서 그라인더에 담아 무참히 갈아준다. 드르륵드르륵, 새벽이라 아직 다들 자고 있지만, 아침을 알리는 소리이다. 무의식적으로 프렌치 프레스에 옮겨 담고 물이 끓기 기다리는 동안 온몸을 늘려준다. 따뜻한 커피를 천천히 마시면서 오늘을 시작한다. 커피가 없었더라면, 나의 오늘들은 아주 무미건조했을 것이다. 그리 따뜻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며, 커피에게 감사하는 지금, 커피 올해의 음식이다.
12.15.2021
#올해의음식
12월 한 달간 하루에 한 주제로 짧은 글을 올리면서 한 해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마지막 달 첫째 날 태어나서 인지 애틋한 12월, 무엇을 시작하기보다는 마무리를 해야 하는 마지막 달이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이기에 12월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