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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Oct 14. 2023

엄마의 덕질 뒷바라지

엄마와 굿즈 만들기


 다시 '그분'의 콘서트 시즌이 돌아왔다. 엄마는 매번 그랬듯 티케팅에 실패해도 괜찮다고, 콘서트장 근처 구경이나 같이 가달라고 했는데 차라리 '무조건 성공해!', '꼭 가고 싶다'고 압박하는 편이 더 마음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친구 니니와 엄마들을 콘서트에 보내드리기 위해 이번에도 고민 없이 효도 전쟁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성공. 소식을 들은 엄마는 실패했으면 대체 어쩌려고 그랬나 싶게 좋아했다. 

 -딸이 최고야! 사랑해 ^^

 엄마는 날 사랑하는 걸까, 내가 티케팅에 성공한 콘서트의 주인공 임영웅을 사랑하는 걸까. 엄마 덕질 뒷바라지 3년 차, 이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지난 주말, 엄마랑 모처럼 백화점에 갔다. 서점과 같이 있는 문구점에서 형광펜, 스티커, 노트를 구경하다 보니 이런 게 힐링인데, 요즘 사는 게 너무 팍팍했다 싶었다. 문구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고 있는데 엄마가 불렀다. 

 "따님, 이리 와봐. 나 이거 해보고 싶어."

 "뭔데?"

 엄마는 굿즈를 만드는 기계 앞에 서 있었다. 작은 글씨로 설명이 잔뜩 적혀 있었는데 읽기도 전에 하... 피곤해졌다. 

 "나 지난번에 혼자 왔을 때도 이거 해보고 싶었거든. 그런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못 했어. 해줘."


 나는 글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쓰기 위해 글을 많이 읽는 편이긴 한데 뭐랄까... 이런 설명문, 안내문에 좀 약하다. 작년에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허구한 날 휴대전화로 날아오는 장문의 문자 메시지였다. 한국어를 한국어로 통역해 주는 건 언제나 남편 몫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야? 뭐 어쩌라는 거야?"

 "천천히 읽어보면 되잖아."

 "아니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이것도 못 읽는데 대체 원고는 어떻게 쓰는 거야?"

 "몰라."

 굿즈 기계 설명문을 이해하려고 끙끙대며 남편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여보, 다음에 장모님이랑 백화점 한 번 같이 가조라.  


 그러니까 기계 사용법은 이랬다. 

 1. 키링이나 액자 같은 상품을 먼저 계산한다. 

 2. 기계에 어떤 상품을 구입했는지 입력한다. 

 3. 상품에 붙이고 싶은 사진을 휴대전화에서 기계로 전송한다. 

 4. 기계에서 상품에 딱 맞는 크기의 스티커를 출력해 붙이면 나만의 굿즈 완성~

 (쓰고 보니 홍보 같지만 설명문도 못 읽는 제가 그런 걸 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중간에 몇 번이나 어금니를 깨물어야 하는 순간이 있었지만 엄마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꾹 참았다. 카페에 앉아 굿즈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노라니 엄마 덕질 뒷바라지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왜 하고 싶었어?"

 "내가 좋아하는 영웅이 사진으로 이렇게 키링 만들어서 달고 다니면 언제든지 볼 수 있잖아. 예쁘지? 너무 흡족하네."

 "오늘 엄마 굿즈 만들어 준 얘기 인터넷에 써도 돼?"

 "그럼~ 사진 찍을 거지? 자, 이렇게 영웅이 예쁘게 잘 나오게 찍어~"

 엄마는 완성된 키링을 핸드폰에 달고 매우 즐거워했다.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해. 앞으로도 뒷바라지 열심히 할게요. 


+

 엄마: 서울콘 다음에 대전콘도 한 번 가볼까 봐.

 초롱: 티케팅을 또 하라고? 똑같은 콘서트를 왜 또 가? 

 사위: 너도 똑같은 야구 맨날 보잖아. 

 엄마: 역시~ 우리 사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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