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해
지난달 일본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오신 부모님의 선물 보따리에 고체 카레가 들어 있었다. 이걸 왜 사 왔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봄에 엄마랑 여행 갔을 때 내가 먹고 싶어 했던 카레를 못 먹은 게 마음에 걸렸나 싶었다.
카레를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혼자 밥 먹을 일이 있을 때 보통 카레를 먹는다. 카레는 어디서 먹어도 평균 이상은 한다는 확신이 있다. 고체 카레를 받은 날부터 카레 타령이 시작됐다.
"카레 먹구 싶다."
"여보가 드럼통 가득 카레 해주는 꿈을 꿨어."
"카레 맛있겠다."
요리 못하는 마누라 등쌀에 떠밀린 남편이 어제 인생 첫 카레를 만들었다. 재료를 썰고 고기 밑간을 하고 볶고 끓기 시작하니 온 집안에 카레 냄새가 퍼졌다. 우리 집 근처에서 일하고 있던 엄마한테 냅다 사진을 보냈다.
-(카레 사진) 엄청나지?
-오우 대단하네 배달해 줘
마침 점심 때였고 삼시세끼 카레 먹을 작정으로 (남편이) 밥도 한 솥 해둔 상태였다.
-갖다줄게 기둘령
엄마한테 답장하고 허겁지겁 카레를 먹었다. (이걸 쓰고 있는 지금도 침이 넘어간다)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엄마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갓 지은 잡곡밥과 카레를 따로 담고 후식으로 먹을 과일도 빠르게 씻었다. 일주일 넘으니 쭈글쭈글해진 방울토마토 사이에서 아직 동그랗고 예쁜 것만 골라 담았다. 집에 마땅한 게 없어서 엄마한테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카레랑 잘 어울리는 조그만 포장김치도 샀다. 도시락을 주고 돌아오는 길, 뿌듯함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점심은 카레라이스, 저녁은 카레돈가스와 카레우동이었다. 마트가 쉬는 날이라 남편이 일하는 사이에 슈퍼에 가서 우동면과 돈가스를 사왔다. 면을 삶고 돈가스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그릇에 담고 카레를 얹었다.
"정말 행복한 맛이다~"
"잘 먹으니까 좋네."
"또 해줘, 또. 카레의 날을 지정하자."
"어엉..."
카레를 해주는 마음, 나눠주고 싶은 마음, 또 해주면 좋겠는 마음(?) 모두 사랑이다. 역시 카레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