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맛
뒤늦게 먹방에 빠졌다. 주로 인스타에서 릴스를 보는데 주메뉴는 마라탕이다. 나는 향이 강하고 매운 음식을 싫어해서 마라탕은 전에도 앞으로도 먹을 일이 없겠지만 먹방은 너무 재미있다. 다양한 재료들을 호로록 찹찹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뭐랄까,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랄까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이 먹방 알고리즘을 따라다니다가 두바이 쫀득 쿠키라는 걸 알게 됐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 때도 큰 관심이 없었는데 어쩐지 쫀득 쿠키라는 건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유명한 건 인터넷으로도 사기 힘들다고 해서 언제쯤 먹어볼 수 있으려나, 생각만 하던 차에 드디어 오늘 자만추에 성공했다.
복잡한 사정으로 팀을 옮기게 됐고 얼떨결에 이번 주 짧은 휴가가 주어졌다. 마지막 날인 오늘, 엄마와 백화점에 가서 남편 옷도 사고 서점에서 예쁜 펜도 구경했다. (사실 하나 샀다.) 점심은 마트에 가서 먹기로 했지만 푸드코트가 있는 층에도 잠깐 들렀는데,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그 쫀득 쿠키를 만난 것이다.
"엄마 나 이거 먹고 싶어."
"이게 뭔데? 왜 이렇게 비싸?"
"이거 파는 데 찾기 엄청 힘들대. 하나씩만 먹어보자."
아기 주먹만 한 크기 한 알에 6500원인 걸 보고 엄마는 자꾸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차라리 이거 사자. 저건 작은데 너무 비싸잖아."
"아니야, 꼭 이거여야 해."
엄마의 만류에도 얼른 두 알을 계산하고 근처 테이블에 앉았다.
"아니, 이게 그렇게 맛있대?"
"그렇대. 얼른 먹어봐."
엄마 반응이 궁금해서 상자를 까는 모습부터 동영상을 찍었다.
"아유, 이걸, 너무 작은데. 잠깐만 손 좀 닦고."
한참을 뜸 들이던 엄마가 쫀득 쿠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어머, 어머, 뭐야, 이게?"
"어때? 어때?"
"어머, 어머, 너무 맛있어~"
"그치? 그치?"
"너무 쫄깃하고 바삭바삭하고 맛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나도 얼른 엄마를 따라 쿠키를 먹었다. 이런 맛이구나. 역시 먹방은 틀리지 않았어.(?)
"우리 이거 더 사자."
"아유, 너무 비싸. 우리끼리 먹었으니까 됐어."
"아냐, 이렇게 맛있는 건 우리 사위도 먹어봐야지. 아빠 것도 하나 사자."
엄마는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쫀득 쿠키 네 알을(...) 더 사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꾸만 올려다보게 되는 하늘을 보며 엄마가 말했다.
"이렇게 새로운 맛은 처음이야. 정말 맛있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응. 오늘 참 재밌었다. 그치?"
"응, 재밌었어."
두바이 쫀득 쿠키 같이 먹어준 엄마 덕분에 행복한 휴가 마지막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