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냇물 Dec 16. 2023

물의 정원

운길산 역이 빤히 보이는 북한강변에 위치한 물의 정원에 다녀왔다. 단아한 학처럼 보이는 양수대교를 지나자 마자였다. 

    

두물머리 부근에 물의 정원이라? 화려한 수변공원을 상상하고 가면 후회할만하게 조성되었다. 인공물은 최소화한 지극히 자연친화적인 수변공원이다.


사실 이곳은 오래전 군대생활 할 때 분기에 한 번씩 전방 작계지역으로 행군을 위해 운길산 고갯길을 힘겹게 넘어갔던 산길 초입이었다. 그 행군 3박 4일에 200km니 그리 만만치 않았었다.     


그리고 양수대교 입구의 헌병검문소는 결전부대 장병들에게 자유를 찾아 서울로 가는 최대장애물이었다. 무사통과 무용담을 자랑하던 동료도 있었지만 중대장이란 직책의 무게 때문인지 결혼식 하러 서울로 지나간 게 유일했었다.


물의 정원은 수변을 따라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물마음길, 진중습지, 물향기길, 강변산책로로 나누어졌고 가운데 뱃나들이교가 이를 연결해 주고 있다.


북한강물이 두물머리에서 남한강물과 합수되는지라 물흐름도 거의 없어 수질이 걱정되었으나 깨끗해 보인다. 참 다행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되는 이 일대는 다산유적지와 이런 수변공원, 섬들이 어울려 정말 수도권 시민들에게 평안한 안식처다.   


건너편 양서면에 수생식물이 가득한 '세미원'을 몇 해 전 다녀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세미원100여 종의 수련과 연꽃의 향연장으로 멋진 수변산책장이나 입장료를 받는 등 상업적 운영을 하고 있으나,      


그에 비해 물의 정원은 입장료도 없고 인공구조물은 화장실 등 필수시설 외에 거의 없는 자연스러운 수변공원으로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이 정원은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편안하게 걸으며 머리를 식히거나 사랑하는 이나 친구들과 소담 소담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곳이며,      

서울에서 덕소를 경유해서 북한강을 따라 가평, 춘천방향으로 올라가는 자전거 족들의 요긴한 휴식처이기도 하다.    

 

시간 여유가 더 있으면 가까운 운길산 수종사에 들려 은행나무에 덥힌 종각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조선초기 걸출한 문인인 서거정이 격찬을 했던 아름다운 두물머리 전경을 감상하시  큰 시름 덜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아내와 수변산책으로 마음 편했으며 귀갓길 발걸음은 더욱 가벼웠다. 조안면 최고맛집을 거쳐서 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풍스러운 기와집에 차려진 순두부집이다. 그래서 식당 상호도 기와집 순두부인데 평일에도 손님들이 방방이 빼곡하며 가격도 착하다.     


아내는 순두부백반을, 나는 콩탕백반을 시켰는데 아내가 파전을 더 시키자고 한다. 감기 때문에 활력이 떨어진 아내가 식탐을 하는 걸 보니 고마울 일이다.


다산선생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고 한강의 큰 두지류가 합수되는 아름다운 이곳은 언제라도 피곤에 쩔은 도시사람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주는 곳이다!

작가의 이전글 AI와 로봇이 우리 인간들의 적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