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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May 19. 2024

이민 왔으니, 이제 가족은 놓아 줘야지...

사람들이 댓글로 나의 긍정성을 칭찬할 때가 많다. 맞다. 나는 항상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을 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기를 쓰고 긍정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부정적인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의 상황이 좋지 않거나,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향을 찾아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의 삶에 만족을 하면서 사랑받는 딸로 자랐었다면 캐나다까지 왔을까?

Unsplash의 Javier Allegue Barros

취업이민을 하면서 쓴 글을 다시 보면 지나치게 긍정적인 암시를 스스로 하면서 쓴 것 같다. 

 아마 취업 이민이 힘들다는 사실을 극복하기 위해 마인드 셋을 하고 물 흘러가듯 살았다.  부정적인 현실도 보통 삶 중의 하나 일뿐이니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못 해낼 일이 없지 않은가? 그 결과는 대단했다. 고통을 조금만 느끼고 시간이 지나 영주권이 주어졌다.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대해 말을 하자면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믿음이라는 것이 참 웃긴 것이다. "내가 너를 믿었네~"라는 의미는 너는 나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지 알았다는 것이다. 그 믿음에 배신 당했다고 하는 것은 다른 의미로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은 행동을 상대방이 취했다는 것이다. 그 행동은 당연히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이었으니깐 본인의 판단에 의해서 행동을 했을 테고, 그 행동은 내가 원하는 행동이 아닐 수도 있다. 타인이 본인의 이득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고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데, 의리와 믿음을 강조하는 것은 남의 손해를 감수하고 본인만 이득을 보겠다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이다.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본인의 생각대로만 하고 싶어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피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Unsplash의 Joshua Hoehne

한국에서는 아니, 옛날에는 사람을 좋아했었다. 다른 말로는 인간관계에 집착했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큰 이유로, 사랑을 받기 위해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상이 생기면 내가 노력을 덜 한 것으로 생각을 하여 눈치껏 사람들에게 잘 하려고 노력했다. 지인의 생일이면, 축하한다고 말을 하며 케이크 기프티콘이라도 보내주고, 나에게 감사한 일을 해주면 커피 기프티콘이라도 보내주었다. 내 스스로 샤넬 립스틱을 사는 것은 망설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타인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결제를 했었다. 나를 위해 쓴 돈은 별로 없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며 행복해했다.


시댁도 마찬가지였다. 시부모님도 살뜰히 챙기며 여름에는 당일 치기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놀러 오시라 연락도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부모가 생긴 것 같은 느낌으로 부모의 애정이 그리운 사람이었기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주어가며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서 애정을 받고 싶었었다.

Unsplash의 Jonathan Borba

내 가족들에게는 평생 동안을 노력했다. 내 하나뿐인 남동생에게 유럽 한 달 여행도 끊어주고 갑자기 탈모가 진행되었던 아빠에게는 300만 원을 들여서 가발 2개도 맞춰주고, 취직하자마자 월급보다 비싼 안마의자도 선물하고, 부모님 해외여행도 보내드리고, 명절 때는 가족과 친척들 선물 비용으로 백만 원이 넘게 쓰며 용돈까지 챙겨드렸었다.  근데, 문제는 내가 해주었던 이 것들을 받은 적이 없거나 금액을 몇배나 줄여서 받았다고 했다. 내가 했던 것을 생색내는 것이 싫다면서..... 이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허무감을 느끼고, 사람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특히 노력을 해도 채워지지 않고 항상 부족한 딸이라 애증관계였던, 엄마와의 관계는 완전히 정리를 했다.

나는 내가 사랑이 많은 사람인지 알았었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닌, 집착일 뿐이었다.

진정한 사랑은 그들의 반응을 바라지 않는 것인데, 그들의 반응을 바라고 행동을 했었기에, 모든 것은 실망과 후회로 돌아왔다.

다행히 이제는 혼자 서서 인간관계의 바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사람에게 서운함도 느끼지 않고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도 사라졌다. 관계의 집착에서 벗어나니, 훨씬 편해졌지만, 아직까지 완전하게 변화한 것은 아니라 노력 중이다.

지난달, 시 할머니가 아프시다는 소식을 듣고 시어머니께 전화를 했었다.
일주일 동안 전화 연결을 시도했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아마, 시어머니가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안 좋았기에 연락을 안 받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잘 지내시라는 카톡 연락을 끝으로, 더 이상 연락을 취하지 않았었다.

그런 뒤 5월, 어버이날이 되었다. 남편은 본인의 부모에게 연락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나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찝찝함은 있어서 어버이날이 며칠 지난 후남편에게 부모님께 연락을 해보라고 성화를 한끝에 남편이 부모님께 겨우 연락했었다. 며칠 후 내가 직접 시어머니께 연락을 드렸다.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하는데도 그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남편이 보낸 아이들 동영상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눈에서 거꾸로 미끄럼 타면서 내려오면 목이 꺾일 수도 있어!
너네 큰일 날뻔했어!


난 이 부분이 가장 싫다.3개월 전에 아이들이 눈 밭에서 재미나게 노는 영상을 보내 주었는데, 어떻게든 비판을 하거나 잔소리할 것을 찾아야 하는 시어머니다.  그 후에는 본인 몸이 아프다는 이야기가 시작이다. 운동도 안 하고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으면서 아프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나는 아무런 감흥도 없다. 짧은 전화를 끊으니, 마음 한 곳에 화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내가 까다로운 사람이고 이상한 걸까? 
나는 항상 사람을 그리워하지만, 막상 연결이 되면 사람이 힘든 이상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 같다. 

내 동생과 시동생의 와이프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힘썼었다. 
용돈도 주고 선물도 사주고, 생각해 보면 내가 받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연락도 내가 먼저 하고 신경도 쓰고 지금까지 노력해 왔는데, 갑자기 어느 날 이 노력이 심드렁해졌다. 


이제 그만해야겠다.


역시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으니, 3개월 동안 깜깜무소식이다.
이제 사람과의 관계에서 했던 노력은 모두 그만두려고 한다. 특히 가족에게서 했던 노력을 모두 주워 담아서 나에게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해야겠다. 

Unsplash의 Anthony Tran

마음이 편해지려고 이민을 왔는데, 아직까지 집착을 하고 있었던 내가 우습다.

4분의 부모님 중에서 누구 하나 우리에게 따듯한 애정을 주었으면, 캐나다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또한 그들이 내 마음대로 해주었으면 하는 집착일 뿐이니 이제 내려놓는다.  
이제는 가족을 놓아주어야 할 때 같다. 그렇다고 절연하는 것은 아니다,
1년에 한두 번씩 생일 때, 안부를 묻겠지만, 그 이상을 바라거나 내가 무엇을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이제는 해방될 때인 것 같다. 



저를 신뢰하지 마세요. 
남을 신뢰하지 마시길... 신뢰를 강요하는 것 또한 폭력이 된다.
내 입안의 혀처럼 굴 타인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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