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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May 18. 2024

눈치 없는 캐나다 회사 사람들의 출결 상태


"캐나다에서 일을 하면, 조금 널널하게 일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상상과 같이 널널하다. 
저번주 금요일에는, 회사 사람들의 반 정도가 나오지 않았다.


회사에 사무직이 12명 인데, 나 포함하여 5명만 근무 했다. 

제각각 나오지 않은 이유가 다르겠지만, 금요일날 이렇게 많은 수가 빠져도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이 신기 했다. 만약 한국에서 이렇게 쉰다고 했었으면 군기가 빠졌다면서 회의가 열리지 않았을까? 
이번주도 주말이 다가오면서, 쉬는 날을 가지는 직원들이 생겼다.


한명은 수요일 부터 다음주까지 나오지 않고, 다른 한명은 목, 금 휴무다. 

퇴근 시간이 4시 30분인데,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퇴근시간을 변경하여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아침에도 7시 30분까지 출근인데, 늦는 다는 사람이 많다. 아이 학교를 데려다 주고 온다는 것이 아무 거리낌이 없어서 신기하다. 메세지는 통보용이지, 아무도 답변을 달아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사람이 없다. 



갑자기 배탈이 났다고 쉰다는 연락도 자유롭게 한다. 

나 또한 일한지 한달도 안되었을 때, 장염이 걸려서 회사를 나가지 못한 다고 연락을 했다.
아무도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편히 쉬었다.

다음날 출근 했을 때, 몸이 괜찮냐고 물어보는 질문 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날, 정확히 내가 쉰 2일 후, 쭌이가 동일한 증세로 아프기 시작했다.

회사가 집에서 차타고 2분 거리라, 잠깐 출근해서 2시간 일을 한 뒤 아이가 아파서 들어가 보겠다고 했더니, 왜 나왔었냐고 물어보면서 빨리 가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파도 눈치를 봐야 하고, 아이가 아프면 한숨을 쉬면서 아픈 아이가 미울 때가 있을 만큼 비정상적이었는데, 이 곳에서는 정상적으로 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인생, 무엇이 중요하다고 아득바득 살았었는가...
한국에서 일을 할 때, 회사를 빈번히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나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손가락질 했었기에, 아마 나도 경쟁과 성장이라는 자본주의의 독극물에 중독 되었던 것 같다.


캐나다 회사는
일년에 얼마 동안 휴일이야?


사람들이 하도 많이 쉬길래 물어봤더니, 개인마다 휴일의 숫자가 다르다고 한다. 아마 연월차 같은 개념이 이 곳에도 있는 것 같다. 내 질문에 파올라는 본인은 15일 정도 쉴 수 있다고 주말을 합치면 3주 동안 여행을 다녀 올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이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도 연, 월차 있었잖아!


 맞다. 한국에서는 연월차가 있어서, 10년을 일하면 20일을 넘게 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제도로 되어 있을 뿐이지, 정작 내가 쉬고 싶을 때는 눈치 보여서 쉬지 못했고, 이 또한 수당으로 받기 위해서 아득바득 회사에 갔었다. 한국도 객관적으로 보면 살기 좋은 나라인데, 현실은 남을 공격하며 눈치를 주는 것 때문에 힘든 것 같다.

 왜 다른 사람을 눈치를 줄까?


아마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이 숙제를 풀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는 것 같다.
시댁에서도 눈치, 친구 사이에서도 눈치, 연인 사이에서도 눈치, 직장 동료 사이에서도 눈치, 형제간에도 눈치, 부모간에도 눈치... 서로 눈치를 보고 우열을 가리며 내가 잘났다고 하느라 사랑이 없다.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잣대로 남을 평가 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인생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지만 나 또한 한국에서는 똑같이 눈치 주는 사람이었다. 


캐나다 회사에서 일을 한지 고작 한달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느낀 것으로는 사람 스트레스가 없다. 

대신 나에 대한 관심도 없고 나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잠깐 대화를 나누면서도 웃음 소리 뿐이다. 솔직히 왜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회의를 한다고 회의실에 모여 있는데, 회의실 밖으로는 웃음 소리만 들린다. 회의를 하는 건지 잡답만 하는 것인지, 웃음 소리만 한시간 들리다가 회의가 끝이 난다. 참 신기한 문화다.

한국에 살 때 만난 사람들은, 남 일에 참견이 많고 본인의 얕은 생각으로 남을 판단하고 평가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보다는 사람을 조심하는 것이 더 고된 일이었던것 같다. 캐나다에 오니, 남의 마음에 들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데로 사는 삶이 펼쳐지는 것 같다. 


비가 살짝 내리며 우중충한 금요일인 오늘의 출결 상황을 보면, 나를 포함하여 6명이 출근 했다. 

금요일인만큼 빠른 퇴근 예정자가 2명이다. 결국 다음주 월요일이 빅토리아데이로 휴무라 모두가 3시에 집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는 눈치가 없는 것이 나쁜 것이라 눈치 챙기고 사느라 힘들었는데, 눈치 없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니. 마음이 편안하다. 캐나다로 이민 온 결과로 내 아이는 나처럼 눈치를 보며 하고 싶지 않을 일을 굳이 하고 다니거나 본인과 관계 없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에게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 무례한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에게도 배려는 하되 남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지 않는 아이가 될 수 있게 부모로써 도와주고 싶은데,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함께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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