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똘맘 Jun 19. 2024

소외받음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오늘은 오일쇼가 열리는 중인데, 사장님이 올해의 SK 주 오일맨으로 뽑히면서 상도 받아오고 라디오 인터뷰도 하고 있어서 회사 전체가 화기애애하다. 


올해의 오일맨에게 주어지는 동상이다, 내가 들기에는 무거운 것을 보니, 40킬로그램은 넘게 나갈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더욱 들뜬 기분이다. 

이따 점심에~ 어쩌고...


사람들이 갑자기 점심에 올 거냐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11시 20분에 출발할 것이라는 말을 하며, 웅성거린다. 무슨 일인지 모르는 나는 프런트에 앉아서 그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귀 쫑긋 세워 듣고 있었다. 
한데, 11시가 넘도록 아무도 나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오일쇼 구경을 가거나 점심을 먹으러 가게 되면 흽쓸려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1시 10분경 Edna가 나에게 와서 점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환한 표정으로 말을 듣기 시작했는데, 말이 끝날 때쯤은 울먹이는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따가 점심에, 우리 오일쇼에 갈 건데, 너랑 Jon은 남아서 있으면 돼,
1시간 정도 걸릴 예정인데, 네가 Boss 하고 있으면 돼.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억울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이 났다. 
곧 40살인데도, 내 감정이 주체가 안되니, 나이를 헛것으로 먹었나 싶다. 

"누군가는 회사를 지키고 있어야 하자나."
"나는 시급제잖아."
"돈을 벌려고 온 곳이니깐, 돈에만 집중하자."
"내가 저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잖아."
"그래, 서운하긴 하다. 마음껏 울자!"

내가 싫어서 놔두고 간 것이 아닌 것을 안다. 그냥 나는 관심 밖이었다. 마치 감정 없는 NPC를 대하듯이...
모든 말로 서러워 눈물이 나는 나를 위로하고 달래며, 몇십 분을 보냈다.  



아무도 없는 곳에, 나만 혼자 덩그러니 있으면서, '외국에서 계속 지내려면 이 서운함에 익숙해져야 할 텐데...' 하며 잠시 걱정을 했다.


이민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회사에서는 나를 긁는 사람들은 없어서 사람 스트레스는 없는데, 대신 나와는 "Hello"가 끝이다. 더 이상 다가오지도 않고 나 또한 다가갈 수가 없다. 다행인 것은 나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서로 그렇게 친하지는 않다. 하지만 나에게는 말조차 잘 걸지 않는다. 서로 웃으면서 농담을 하지만 알아듣지도 못하고 나에게 농담을 건네는 일도 없다. 회사 밖에서도 오히려 캐나다 사람들보다는 동남아 사람들이나 인도 사람들이 더 편하다. 


나는 특별하지 않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서운함이 떨쳐지는 힘들다. 마음이 무뎌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항상 다짐을 하지만 무뎌지는 것이 쉽지 않다. 내 마음이 여러 번 찢어지면 딱지가 생겨서 굳은살이 베길까? 하지만 내 마음은 항상 어린 살 같이 조그만 생채기에도 힘들어한다. 

아직 회사에 그만둔다고 말을 안 했는데, 미안함을 털어버리고 그만 둘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에서, 내 다음 인생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