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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Aug 21. 2024

캐나다 여름 방학,
놀이터에서 6시간...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에드먼튼에 이사 온 뒤에는 집  가까이 놀이터가 있는 공원이 있어서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하는 쩡이와 쭌이 덕분에 나 또한  집이 아닌 놀이터에서 하루를 보낸다.

한국에 있을 때도 우리가 살던 아파트 동 앞에 놀이터가 있어서 놀이터쟁이들이라고 했었는데, 캐나다에서도 놀이터 붙박이가 되었다. 

아침에는 느릿느릿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하고, 하루 한 장 수학, 영어, 국어를 한 뒤, 종이접기, 인형 놀이, 그림 그리기 등을 하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을 먹고 2시에 놀이터에 나간다. 2시 반부터 진행되는 Green Shack에 참여하여 잡기 놀이, 미술 놀이, 물놀이 등을 하면서 3시간 동안 재미나게 논다.  나는 그동안 아이를 데리고 오는 엄마와 수다를 떨거나 책을 읽는다.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영어 책을 읽는데, 하루 한두 장 읽고 오는 것이 고작이다. 책 내용에 집중도 안 되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독서량이 늘지 못한다. 이사를 하면서 Summer Camp에 신청하지 못해 이 긴 방학을 어찌 보내야 할지 걱정스러웠는데, 좋은 프로그램을 만나서 무료로 행복한 방학 생활을 하고 있다. 

수업이 끝난 후, 아쉬운 아이들은 매일 조금 더 놀고 싶다고 한다. 30분 정도 더 놀고 6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가 간단하게 저녁을 먹인다.  저녁을 먹은 후, 30분은 유튜브 시간이다. 월, 수, 금은 한국 유튜브를 볼 수 있고 다른 날은 영어 유튜브를 볼 수 있다. 쩡이는 동물 농장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쭌이는 곤충에 대해서 찾아본다. 최대한 자극적인 유튜브는 시청하지 못하게 바운더리를 정해 준다. 7시가 되면, 또다시 놀이터 출동이다. 저녁 시간에는 낮에 일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다. 점심에 나왔던 아이들과는 또 다른 아이들로 놀이터를 가득 채운다. 

인종, 나이, 성별, 종교, 언어 모두 다른 아이들이 모여 영어로 소통을 하면서 함께 놀이를 한다. 
술래잡기, 신호등 게임, 곤충 관찰하기, 모래 놀이 등 여러 가지 게임을 하면서 9시 30분까지 논다. 


나는 아이들이 함께 노는 엄마들과 소통을 한다. 인도, 이란, 우크라이나, 이라크 여러 나라에서 제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 것은 마치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서로의 문화, 환경, 세금, 교육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쩡이의 베스트 프렌드가 된 18살 인도 소녀, 이번에 앨버타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의 엄마는 아부다비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금인 0%인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소득세가 0%이고, 소비세는 5%라고 한다. , 어떤 사이트로 일자리를 구하는지, 음식 가격이 어떤지, 아이들 학교생활은 어떠한지, 왜 캐나다에 오게 되었는지,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된다. 

쭌이의 베스트 프렌드가 된, 5살짜리 이란 아이의 부모는 오만이라는 나라에서 생활을 하다가 왔다고 한다. 이란의 문화와 오만의 문화에 대해 알려주고, 음식과 종료에 대해, 이란의 여성들이 4~5년 전부터 스카프를 벗기 위해 어떻게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그들은 왜 오만이라는 나라를 택했었고, 또다시 캐나다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가족 상황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친구들의 문화에 대해서 듣고 쩡이는 우주를 전공하려고 하는 언니에게 우주와 하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하늘 사진을 관찰한다. 아이들도 서로가 너무 다르기에, 그 다름을 인정하고 예의를 지키면서 함께 어우러진다. 자기네들끼리는 영어로 놀다가 각자 부모에게 달려가며, 모국어를 하는 진 풍경이 펼쳐진다. 모두들 2개 언어를 유창하게 한다. 

6~7시간 동안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매일 가장 마지막에 놀이터를 떠난다. 해가 길 때에는 10시가 넘어서 들어왔는데, 요새는 해가 짧아져서 9시 반에 들어오고 있다. 하루 6시간 넘게 놀이터에서 보내기에 아침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잔다. 

쩡이는 이제 G4가 되니, 초등학생으로 여름을 보내는 것은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말로는 2년이지만, 방학 기간만을 따지면 4개월이다. 응애응애하고 태어난 것이 얼마 안된 거 같은데, 시간 참 잘 간다. 
한국에서 있었으면 맞벌이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책임지라며 빨리 어른이 되었을텐데... 내 욕심을 내려 놓고 마음껏 놀이터에서 뛰어 놀게 해줄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학교로 돌아 가서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텐데,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두근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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