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 같은 마사지 공부를 다시 시작하니, 여러 가지 마음이 복잡하다.
그래도 가장 큰마음은 이 어려운 순간을 즐기면서 시간이 흐르면, 졸업 후에 캐나다에서 인정하는 자격증과 Certification 이 나와서, 취직 혹은 사업을 하는데,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마사지는 1학년과 2학년으로 나뉘는데, 내가 다니는 학교의 학비는 각각 13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1학년의 과정은 Module 7까지 있는데, 아마 Module 6까지 공부를 하는 것 같다.
각 과정 후에 시험이 있고, 그 시험에서 점수를 어느 정도 이상만 받으면 졸업까지 이상 없이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하나도 모르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Judy 할머니가 "너 아나토미 다 외워야 하네!"라고 말을 했는데, "아나토미가 뭐야?"라는 질문으로 시작을 했었다. Anatomy는 해부학으로 근육, 뼈, 신경 같은 것을 의미했다.
수업이 시작되고,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로 당황했고,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 머릿속이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영어를 하지 않고 살려고 마사지를 배웠는데,
이건 뭐 의사 공부할 걸 그랬네...
공부를 하고 인터넷에 정보를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캐나다 마사지 공부는 의학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Module 1에서는 전반적인 해부학과 세포에 대하여 그리고 다리 하부에 있는 5가지의 근육을 공부했다. Gastrocnemius, Soleus, Tibialis anterior, Extensor digitorum longus, Fibularis longus 이 근육들의 Action, Origin, Insert, Nerve를 근육을 보면서 외워야 한다.
총 시험은 4가지였다.
첫 번째는 온라인 시험이었다. AI의 발달로 어렵지 않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오프라인 시험이었다. 오프라인으로 온라인에 봤던 시험과 유사하게 시험을 본다.
세 번째로는 Action, Origin, Insert, Nerve에 대해 2개를 외우면서 Palpation 근육을 만져봐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시험관이 요청하는 곳의 마사지를 하는 것인데, 실제 클리닉이라고 생각하고,
고객에게 Areas to Treat, Benefits of Treatment, Caution or Risks of Treatment, Cost of Treatment, Draping, Cost of Treatment, Right of Refusal or Modification, Confidentiality, Questions, Consent 이 포함되는 설명을 하면서 준비를 한 후, 마사지를 하면 된다.
시험을 시작할 때는 걱정이 약간 되었지만, 내 파트너가 먼저 하는 것을 보고 긴장이 풀렸다.
뒤에서 남 말 하면 안 되지만, 준비되지 못하고 엉성하게 테스트를 보는 것을 보며, 내 영어 실력이 안 좋다고 걱정할 필요 없이, 내가 해야 할 것만 제대로 말을 하면 시험에 어려움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험 후 바로 리뷰를 해주는데, 어떤 것을 보강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역시 인생 2회차라 쉬워지네...
첫 시험을 마친 후, 그전보다 더 편해졌다.
나이 들어서 대학을 다닌다는 것은 여러 삶의 도구들을 가지고 인생을 두 번 사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알고, 적당히 놓을 줄도 알고, 내 자아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을 살필 수도 있고 여러모로 힘든 일보다는 여유롭고 즐겁고 감사한 일이 늘어난다.
앞으로 4~5개월 후면 마사지 실습에 들어가겠고, 이렇게 6~7번의 시험을 보면 1학년이 마무리되고,
이 사이클을 한 번 더 반복하면 졸업을 한다. 내가 해야 할 것은 다음 시험에 집중하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 집에 온 뒤, 다음 시험을 위해 단어를 천천히 보며 눈에 익힌다.
매일 온라인 수업 3시간, 개인 공부 2시간, 내 삶과 가족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공부하며, 아이들과의 시간, 독서와 요가, 명상 같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공부를 하고 있다.
만약 내 처음 인생에서 이렇게 공부를 했었다면, 결과가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만약 과거에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지금 캐나다에서 마사지 공부를 하는 나는 있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내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다. 과거에 멍청한 경험을 하며 돌아다녔던 나에게 감사와 위로를 건네며, 다시 한번 이를 깨닫고 아이들을 내 기준에 맞추어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아이들의 실패 경험을 빼앗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