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에 대해 무조건 신뢰를 하기보다는 약을 멀리하고 내 몸 안에 있는 면역력이 먼저 나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을 선호한다.
워킹맘으로 생활할 때, 가을이 접어들면 그때부터 매주 주말의 스케줄은 소화과를 가는 것이었다.
나 또한 감기에 골골대는 타입이라, 참지 못하고 조퇴해서 링거를 맞을 정도로 감기에 취약했었다.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으면 3주, 약을 먹지 않으면 21일 걸려서 낫는다는 말처럼, 한번 걸리면 내 코가 정상이었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헤어 나오질 못했었다.
첫째 만 4살, 둘째 만 2살 때에 다행히 육아휴직을 쓰고 쳇바퀴에서 잠시 나와 바람을 쐴 수 있었다.
그때 환자 혁명이라는 책을 접했다.
책을 읽게 된 후, 감기약이 나를 낫게 해주는 성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은 아직 없다고 한다.
그럼 내가 먹던 약은 뭐였지?
그 책은 나의 인생 중 건강에 대한 파트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 뒤, 아이에게 주는 약을 끊고 집에서 쉬게 해봤다.
열이 39도를 넘는데도, 수건으로 이마를 찜질해 주며, 힘들어하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밤을 지새웠다.
남편은 해열제를 먹이면 아이가 편해지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냐며 나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아이들의 면역력이 길러지는 단계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한번 감기에 걸리면 한 달 동안 아팠던 아이들이, 3일 만에 감기가 씻은 듯이 나았다. 하루 이틀 열이 나고, 삼일 째에 설사와 코피가 난 후 열이 내려가고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또한 겨우내 아팠던 아이들의 아픈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지금도 이 추운 캐나다에서 겨울에 한두 번 크게 아프고 끝이다. 이에 대해 할 말이 참 많지만, 미친놈처럼 보일까 봐 여기까지만 하겠다.
캐나다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늦어서 기다리다 죽는다는 의료에 대해 불만이 없기에 올 수 있었다.
인간은 원래 죽는 거니, 나이가 들어 돈 때문에 자식들 고생 시키는 것보다는, 느린 의료를 탓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겠다고 생각한다.
캐나다는 아무 병원에 가서 진찰하는 것이 아닌 패밀리 닥터를 통하여 그 닥터가 Reference를 해주어야지 다음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워낙 튼튼한 체질들이고, 너무 아프면 응급실을 가거나 Walk In 을 방문하면 되니, '패밀리 닥터를 굳이 구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1년 반 동안 패밀리 닥터 없이 살았는데, 함께 공부를 하는 언니가 한국 분 패밀리 닥터를 만났다고, 혹시 패밀리 닥터가 필요하면 가보라고 소개를 시켜주어서, 계획에 없던 패밀리 닥터를 만나게 되었다.
자리가 있는지 문의하고 등록을 하기 위해서 문자로 연락을 하고, 우리의 정보를 준 뒤, 일주일 후 약속 시간을 잡고 방문했다.
우리의 패밀리 닥터는 여성분으로, 중학교 때 캐나다로 유학을 와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말로 상담을 하니, 편하기는 정말 편했다. 그분께 내가 가장 궁금한 질문 딱 2가지를 하였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둘째를 낳고 오른쪽 허벅지에 대상포진에 걸린 적이 있어서, 혹시나 캐나다에서 재발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궁금했는데, 패밀리 닥터 분께서, 바로 찾아오면 처방전을 써줄 테니, 발견한 후 24시간 안에 방문을 하라고 했다.
그럼, 급성 방광염 같은 건요?
이 또한 바로 방문하면 처방전을 써준다고 바로 방문하라고 했다.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하며, 우리의 건강 상태를 살펴주었다.
남편이 기침이 있다고 했는데,
아직 보험 없으시죠?
라고 하며 기침약 샘플이 있다고 챙겨주고, 아이들의 단백질 음료수와 전해질까지 살뜰히 챙겨주었다.
돈도 한 푼 안 내고, 챙겨준 선물만 들고나왔다. 참 신기하다.
패밀리 닥터의 보험이 없냐는 질문에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캐나다는 의료가 공짜인데,
왜 보험을 드나요?
라고 물어보니, 치과와 안경, 마사지, 침술, 약 값은 조금 비싸니, 그를 위해 보험을 든다고 했다.
보험비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른데, 1인당 $100~$400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1인당 $100이면, 4인 가족 비용이 $400일 텐데...
이 돈이면 치과 치료도 충분히 받는데, 굳이 보험을 드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곧 보험을 들어주는 회사에 입사하겠다고 말을 하고 나왔다.
만약 내가 부지런해서 학교 언니를 만나기 전에 패밀리 닥터를 구했다면, 아마 외국 사람이었을 텐데, 운이 참 좋았다. 그렇게 한국말을 쓰는 패밀리 닥터와 함께 캐나다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