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에드먼튼에서 레몬에이드를 팔고, 그 수익을 어린이 병원에 전달 하는 "Lemonade stand day" 이벤트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하필 내가 학교 가는 날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말을 하니, 두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든 해보겠다며 신청 하라고 했다.
사이트에 접속해서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목표 금액을 입력 한다. 최소 금액 $100 으로 입력을 하고 신청을 완료 했다.
드디어 레몬에이드 판매에 필요한 물건을 나누어 주는 날, 설레이는 마음으로 준비물을 받으러 갔다.
어른들 몇명과 봉사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각각의 섹션에 서서 준비물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레몬에이드 가루, 스피커, 펜, 색연필, 테이블 보, 컵 등 여러가지 물건을 받아서 왔다.
아이들은 신나서 각자 자기가 원하는 대로 가판대 피켓을 만들었다.
대망의 레몬에이드 판매 날! 남편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사람들이 많이 오는 Park 로 향했다.
한시간이 걸려서 판매대를 완성했다는 연락이 왔고,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아이들을 향해 우버를 타고 파크로 달려갔다.
판매대는 그럴사하게 완성했는데, 아직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쭌이는 긴장 된다고 하며, 그냥 공짜로 사람들한테 주면 안되냐고 칭얼 대고 있고, 쩡이 또한 긴장된 기색이 역력하다. 그때 어떤 아주머니가 와서 레몬에이드가 얼마인지 물어봤다.
$2 라고 하니, 체크 먼저 해봤다면서 돌아선다. 판매의 기쁨을 누리나 싶었는데, 돌아서 버리니, 쩡이가 $1라고 했어야 했다면서 아빠에게 눈을 흘긴다.
레몬 에이드 $1 해!
내가 레몬에이드 가격을 변경 하니, 그제서야 쩡이는 웃으면서 자기가 $1를 하자고 했는데, 아빠가 $2를 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투덜 대며, 이곳 저곳에 $1를 적어 놓는다.
어렸을 때, 핸드폰을 판매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얼굴에 철판 까는 스킬을 획득 했던 내가 판매대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Do you want a lemonade?" 라고 웃으면서 물어 봤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다.
점심시간이 끝나가서, 아쉽게도 학교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데, 아까 내가 레몬에이드 원하냐고 물어 봤던 여자분이 아들을 데리고 다시 왔다. 먼 발치에서나마 첫 판매를 확인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수업이 끝나고 부랴부랴 우버를 타고 다시 돌아오니, 아이들이 신나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준다.
레몬에이드를 한다고 몇몇 친구네에 연락을 했는데, 그 중 몇집이 방문했다가 갔었나 보다.
함께 와서 레몬에이드를 준비 하고 판매 하고 갔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감사하고 용기 내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어린 쭌이는 창피 하다고 놀이터에 갔다가 손님이 오면 다시 달려왔다고 하고, 쩡이는 자기가 사장님을 했기에, 가판대 안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렸다고 한다. 5시간이라는 시간이 어린 아이에게 얼마나 지루한 시간이었을까?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시울이 찡해진다.
아이들은 내가 오자마자 돈 통을 보여주면서, 이만큼 벌었다며 뿌듯해 한다.
마지막으로 정리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레몬에이드를 모두 털어서 Free 로 나누어 주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아이가 7명인 아프리카 가족에게 레몬에이드를 건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수줍어 하며, 괜찮다고 하더니 한 아이, 두 아이가 받으니 저기서 부터 다른 아이가 뛰어 와서 쭈뼛쭈뼛 우리 앞에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그 아빠는 고맙다며 $2를 주었다. 몇 몇 아이들은 한잔만 더 마시면 안되냐고 물어서 흔쾌히 주었다.
또 다른 중국인 쌍둥이가 앞에 보여서 레몬에이드를 주어도 되냐고 부모님에게 물어보고 건내니, 아빠가 다시 와서 $5를 내고 고맙다며 돌아간다.
지나가던, 백인 남자 아이에게 레몬에이드를 건내니, 그 아빠도 다시 와서 $10를 주면서 한잔 더 달라고 하고, 거스름돈은 됬다고, Donation 을 위한 일에 쓰라고 하며 돌아간다.
필리핀인지, 베트남인지 아이들도 4명이 와서, 레몬에이드를 하나씩 받아갔다. 엄마가 오더니,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다시 아이들이 오더니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또 시간이 지나서 다시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인도 가족도 와서 먹으면서 맛있다고 고맙다며 악수를 하고 지나갔다.
모든 레몬에이드가 소진 되고 짐을 싼 후, 주위에 있던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며 레몬에이드 판매를 마감했다.
오늘의 총 판매 금액은 $102!!
아이들이 자기네도 판매 했는데, 용돈 좀 받으면 안되냐고 물어서, 흔쾌히 $10씩 주었더니,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쭌이는 인형을 산다고 하고, 쩡이는 가족들이랑 카페 가거나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 때, 자기가 내고 싶다고 한다. 안그래도 되니,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니, 그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하는데....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작은 경험으로 아이들은 어떻게 관리를 할지, 판매를 할지, 다른 사람을 대할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한층 더 성장하고 내년 레몬에이드 판매를 기다린다.
남편, 그리고 나 또한 주는 기쁨과 세상과 연결 되는 경험을 통해, 무엇을 놓치고 있었고,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같은 많은 생각이 들어 온다. 참 복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