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컬렉터는 그림을 포함하여 예술작품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감히 접근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눈과 귀를 열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수집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산에 맞춰 적당한 작품을 산다. 소유하고 있는 기간 동안 작품을 충분히 즐긴다.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 시장에 내다 판다. 대략 이런 과정들이 아트컬렉터들이 작품을 대하는 자세이다. 가장 마음 편한 기간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즐기는 과정 뿐이다. 주식 시장과 다르지 않다.
몇 개 월 전 아트컬렉팅과 관련한 강의를 들은 적 있다. 현직 전문가인 강사가 강의 내내 강조한 것은 아트컬렉팅은 예쁘고 아름다운 작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미술사적으로 가치 있으면서 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최근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고 갖고 싶지도 않은 작품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미술을 보러 가는 사람 중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다"
"저것도 작품이야?"
강의도 듣고 갤러리나 미술관도 드나들었지만 작품을 사는 첫 스텝이 쉽지가 않다. 서울옥션이나 케이옥션 등 경매 사이트도 기웃거렸지만 진짜 사고 싶은 작품은 터무니 없이 비싸고 적당한 가격의 작품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옷이나 가방, 악세사리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 그리고 가격이다 그런데 예술작품은 시장이 좋아하는 작품을 사야하니 철저히 주도권을 빼앗긴 느낌이다. 아니다. 역시 문제는 돈이다.
오늘은 친구들과 아트컬렉팅 강사분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서래마을 주택가에 위치한 넓은 창이 인상적이고 작은 전시공간이 있는 사무실이다. 전시중인 작품은 금민정 작가의 "흐르는 데이터, 감지된 자연"이라는 제목의 미디어조각 작품이다. 영상 미디어가 노출 콘크리트 조각과 함께 재현된 것이 미디어 아트에 대한 호감을 높여준다. 3개의 작품 속 미세한 움직임의 영상이 자꾸만 눈길을 잡는다. 집 안 어딘가에 저 작품이 있다면 어떨까? 다른 작품들을 보다가도 자꾸만 고개가 돌아간다.
얼마 전 읽은 책 속에서 '우연을 자본화하라'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우연을 그냥 우연으로 지나쳐 버리지 말고 내 것으로 만들어 가치를 만들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적극적 생활태도 쯤으로 해석한다. 그 순간 작품을 향해 벌레가 한마리 기어간다. 강사는 지금까지 벌레가 발견된 적은 없는데 매우 신기해 하신다. 호들갑을 떨며 휴지를 들고 벌레 사냥에 나선 한 친구가 말한다 "그리마네"
'돈벌레인줄 알았는데....돈벌레는 죽이면 안되는데....'
속마음을 읽은 듯 친구가 말한다. "이게 돈벌레라는 거야." 징그러운 수십개 발을 꿈틀꿈틀 움직이며 잘도 도망가지만 친구의 손가락 습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옛날에 습하고 어두운 광이 있는 난방이 잘되는 부잣집에 돈벌레들이 많았다. 광 속에 먹을 것이 많아 돈벌레가 많았던 것일텐데 돈벌레가 있어야 부자가 된다고 생각해서 돈벌레를 죽이면 돈복이 나간다는 미신까지 생긴 듯하다. 어릴 적, 엄마가 얇은 종이에 돈벌레를 옮겨 밖으로 내보냈던 기억이 난다.
자꾸 눈길이 가는 3개의 미디어조각 작품, 그리고 그 아래에서 생을 마감한 돈벌레를 보고 나니 우연을 자본화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몇장을 찍는다. 모두와 헤어지고 집에 와서 계속 사진을 보며 살까 말까 고민한다. 저녁에 남편이 들어오면 의논해 봐야겠다.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치고 조바심 나는 속내를 충분히 감추고 남편에게 물었다
"이 작품 어때? 미디어조각 작품인데 콘크리트 조형물에 이건 작가가 촬영한 영상인데 참 평온하고 보기 좋아. 우리 집 한켠에 어떨까? 글쎄 돈벌레가 이 작품을 향해 가는데 예사롭지가 않더라고. 뭔가 기운이 좋아. 나의 첫 컬렉션으로 생각중이야."
남편은 대답했다
"집 안에 못생긴 콘크리트 싫어"
그렇지. 나에게 우연이 너에게까지 우연은 아니지.
첫 컬렉션 작품은 언제쯤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