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소통하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블로그를 키워보려고 키워드글쓰기를 하기도 했다.
좋아요를 누른다는 것이 댓글을 단다는 것이 얼마나 세속적인 삶으로 치부하고 살았던 내가 좋아요를 누르고 내 글에 좋아요가 몇 개 달리고, 댓글은 누가 달아주는지 궁금해하며 그렇게 일상을 블로그 속에서 재미있게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이웃 블로그의 글을 보며 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없을까? 그 이웃의 문장이 탐이 나고, 부러웠었다, 그런데 그 이웃이 어느 동화 작가의 글쓰기 모집에 응모한 것이 아닌가. 나도 내 글을 쓰고 싶어 응모하게 되었다.
10번의 글쓰기 코칭을 시작으로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한 40일의 글쓰기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40일 연재를 시작한 내 글은 블로그 이웃들의 신금을 울렸고, 감동을 주었다.. 혹시 내 부모에게 닥칠지 모른 이야기에 공감을 했고, 또 병실에서 일어난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들로 인해 함께 마음 아파했었다.
그렇게 탄생한 글이 나의 첫 자전적 간병 에세이 [살아남아야 한다]이다.
지금 생각하며 그 글쓰기 여정이 나의 글쓰기에 첫발을 내딛게 한 시발점이다. 글쓰기 모임을 시작해 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드린다. 10번의 글쓰기 코칭을 통해 서론과 결론을 내리는 법. 주제에 빗나간 글들은 과감히 삭제하고 다음 글로 넘기는 법, 문법이나, 띄어쓰기, 단문 쓰기 등 나의 글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서 새롭게 글을 완성해 나갔다.
그 작가님이 처음 시작한 글쓰기 모임이라, 금액이 많지 않아 쉽게 시작할 수 있었는데, 그 후로 금액이 많이 올라 감히 시도하지 못했다.
10편의 글을 작가님의 코칭을 받았다면 다음 30편의 글은 코칭 없이 자유롭게 써나갔다. 그렇게 40편이 완성하고 드디어 나도 출판을 위한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바로 출판사 투고였다.
내가 쓴 글을 어느 출판사에 투고를 해야 하는지 비슷한 책들을 보고 출판사가 어디인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책방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그동안 도서 리뷰를 했던 출판사를 중심으로 출판 도전을 시도해 보았다.
어떤 이들은 10곳, 또 어떤 이들은 200곳에 도전한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50곳 정도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출판 기획서도 각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출판사의 이메일을 확보했다 할지라도 출판사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을 하고, 출판사 사이트에 투고란이 있으면 그곳을 통해 투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당시 받은 메일들은 보통, 무답.
아쉽게도 이번 기회에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답이 오면 감사하다. 대형 출판사들은 보통 이런 답을 보내준다.
그리고 글을 읽어 보고 출판에 대해 상의를 하고 답변드리겠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러나 이번기회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라는 답을 받았다.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출판계약을 하자는 의뢰를 받았다. 얼마나 감동이었던지, 그러나 그 감동도 잠시, 출판을 하면 책을 내가 대량 구입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사실 요즘 투고하는 초보 작가를 향한 출판사의 현실이다. 팔릴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책을 누가 적자를 내며 출판해 줄 사업가가 있겠는가.
출판사 사장님은 일단 간병 에세이는 팔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출판계의 현실이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 작가가 책을 얼마나 팔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출판 기획서를 쓸 때도 홍보할 수 있는 루트를 쓰라고 한다.
요즘은 작가가 출판을 하고, 강연을 할 수 있다면 출판사와의 계약이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책을 내는 사람들은 모두 강연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 연예인들이 책을 많이 내는 것을 보니 강연을 하기 위해 책을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나의 출판 계획은 내가 책을 대량 구매해야 한다는 것에 걸림돌을 만나 잠시 보류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간병 에세이라는 것이 가족의 사생활이 들어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출판사와의 계약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책을 내는 방법은 또 있었다. 출판사를 통해서 대량 제작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부크크에서는 소량으로 책을 인쇄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책을 판매하게 되어있었다.
부크크에서 책을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그다음부터는 교정 시간이다. 다행히 친구들이 책을 읽어주고 어색한 부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친구 한 명과 낭독을 하며 문장 수정에 들어갔다. 낭독만큼 가장 좋은 교정작업은 없다는 것을 그 뒤 알게 되었다.
한글문서로 작업을 마치고, 표지 제작도 미리 캠퍼스에서 스스로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부크크에 업로드를 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다행히 책 출판은 그 당시 친분 있는 분들에게 나의 근황을 알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처음 초보 작가가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 요즘은 펀딩을 해서 펀딩 금액을 모아야 하는 출판사도 있고, 책을 200권이나 300권 구입해야 하는 조건의 출판사도 있고, 책을 만드는 비용을 지급하는 출판사도 있다.
초보 작가가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특수한 이력이 없고서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책을 출판하고, 작가가 되었다는 것이 그 당시는 감개무량했다. 사실 내가 스스로 혼자서 책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 더 감동이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그 말은 글이 되었고, 그리고 한 권의 책이 되었다는 기쁨에 또 다른 글도 계속해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나의
모든 글은 책을 만들기 위한 글로 변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뒤로 책을 만들지 못했다. 출판도 전도 다시 하지 않았다.
첫 경험만큼 감동되고, 흥분되고, 설레는 것이 또 있을까 그 모든 것을 살아남아야 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모두 경험하고 나니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진 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 문장의 현 위치를 너무 잘 알게 되어 도전하는 것이 더 두려웠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요즘은 몇 년 동안 그렇게 재미있게 하던 신상품을 공짜로 받아 나눔도 하고 쓰는 재미를 주던 상품 리뷰도 하지 않는다. 쏠쏠한 수익의 재미를 주던 기자단도 멈추었다. 책 리뷰만 하면 신간도서는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 독서 리뷰도 그만두었다. 블로그 키워드 글쓰기도 주제의 방향을 잃어버렸다. 생각해 보니 그 모든 것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것들이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사실 시들시들하다. 그러나 블로그를 하는 동안 또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시도해 볼 것이다. 이것이 살아남은 자의 여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억하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그날의 나를 잊지 말자. 블로그 글쓰기가 책 쓰기가 되기도 하는 블로그는 여전히 나의 메모장인 동시에 놀이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