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아니 오랫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했더니 낮 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살았다.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는데 거기에 돌덩이가 누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혈압이 높은가 제어 보지만 혈압 문제는 아니었다. 잠을 편안하게 못 자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진 것일 수도 있다. 거기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몸속에 잔뜩 끼어있는 건지도 모른다. 뭐 이런 짜증스러운 일들이 일상인 날들이 지속되다 보니 내 몸도 더 이상 버텨내질 못하나 보다. 이제 내 몸도 늙어버린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호르몬의 변화는 잠자리에 누웠지만 바로 잠이 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잠을 자려 하지만 잠들지 못하고 두세 시간이 쑥 흘러가 버린다. 그 시간 동안 핸드폰은 또 만지작댄다. 내가 잠들지 못하는 모든 원흉의 근원은 핸드폰이던가. 결단력, 실행력, 그리고 도우심, 힘을 내야만 한다.
약국에서 수면유도제 비슷한 영양제를 보았다. 누웠지만 바로 잠이 들지 않는 사람, 자주 깨는 사람, 깨고 나서 잠이 다시 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수면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였다. 약의 힘이라도 빌려 잠을 자볼까 하여 쿠팡에서 저렴한 것이 있어 한번 주문해 보았다. 그런데 유효기간이 며칠 안 남았다며 그래도 받겠냐는 판매처 전화가 걸려왔다. 한번 먹어볼 요령이었으므로 받겠다고 했더니 보내겠단다. 그런데 보내겠다는 날 다시 전화가 왔다. 오늘이 유효기간 마지막 날인데 그래도 받겠냐는 것이다. 미쳤나. 이번 달 말까지 유효기간이면 몰라도, 그걸 판매 목록에 올려놓은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나처럼 약의 유효기간에 융통성 있는 사람도 그 정도면 취소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행히 요 며칠 잠을 잘 자고 있다. 내가 깨고 싶을 때 깬 적이 얼마인가. 오랫동안 불규칙한 수면의 후유증 때문인지, 깨어서 한동안 잠이 들지 못하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느낀다.
다시 이 세계가 아닌 저 세계 어딘가로 여행을 가자. 잠 잘 자는 법 따로 있겠는가.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눈을 감고 내 호흡소리에만 집중하자. 들숨과 날숨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다시 스르르 평온한 잠 속으로 빠져든다.
자연스럽게 잠이 들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것이 아니라 잠이 들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것이, 잠 잘 자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