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하루는 점점 더 짧게 느껴진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시간은 어느새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린 시절에는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란다.
잠자는 공주처럼, 엄마는 아홉 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깨셨다. 밤사이 자주 일어나시는 엄마 덕에 나 역시 여러 번 잠을 깨, 아침은 늘 늦게 시작될 수밖에 없다.
"그냥 주무시게 내버려 두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내가 하루를 시작한다고 느끼는 시간은 엄마의 아침 식사를 챙겨드린 이후다. 그러다 보니 아침 식사를 기점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덕분에 늦게 아침을 먹으면 하루는 더 짧아진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이 늦춰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2시가 넘어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지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에게 수화기를 넘겼다.
"여보세요."
엄마의 생기 있는 목소리에 언니는 말을 더 건넨다.
"나 누군지 알아?"
"우리 막내."
"막내 아니고."
"...우리 큰딸."
"이름은?"
"...핸정이...."
"아니 엄마, 해영이."
엄마의 시간은 과연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수화기 너머 언니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려 애쓴다.
"엄마, 이제 안 아파?"
"아퍼 죽겄다."
"엄마, 그래도 죽으면 안 돼. 살아야지."
엄마는 말이 없다.
"엄마가 살아 있어야지. 엄마 목소리도 듣고, 엄마를 또 보고 그러지."
수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에 엄마는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까? 그러나 엄마의 표정은 여전히 침울하기만 하다.
"엄마, 오래오래 살아야 돼."
언니는 엄마에게 오래 살라는 당부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흘러가는 시간은 무한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유한한 시간을 부여받은 존재다. 마치 계절이 바뀌며 자연은 영원히 이어지지만, 그 안의 한 송이 꽃은 한 계절 동안 피고 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짧고도 찬란한 순간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아이로 태어났던 우리는 결국 다시 아이처럼 연약해지며, 태어난 곳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시간은 순환하며 끝없이 흐르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