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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밥

by 약산진달래

엄마: “막내야.”
나: “왜.”
엄마: “이리 와봐.”
나: “그냥 말해.”
엄마: “저기 가면 오리밥.”
나: “엄마가 오리밥 해놨어?”
엄마: “박스에 가득 있어.”
나: “그래?”
엄마: “냉장고에 넣어놨어.”
나: “알았어.”

어제는 닭밥, 오늘은 오리밥.
어제는 챙겨오지 못해 그대로 두셨다며
나보고 가서 보라고 하시던 엄마….

말은 엉키고 기억도 흐려지지만
그 속에 남아 있는 ‘돌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냉장고에 넣어뒀다는 그 말 한마디에도
엄마의 하루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내 마음도 괜히 따뜻해진다.

ㅎㅎ
오늘도 자기 방식대로, 기억 속에서
자기 리듬대로 살아내고 계신 우리 엄마.
흔들리면서도 버티는 그 시간을
나는 오늘도 조용히 응원한다.

그리고…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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