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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5시간전

당신봄날 아침편지103

2024.7.30 정일근 <여름편지>

사람만이 자연의 맘을 헤아려야 하는 건 아닌가 봐요. 자연도 역시 사람 맘을 잘 헤아려주어야 상부상조하는 질서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8월에 있을 절기, 입추와 처서를 달력에 표시하면서 ’이제 여름도 다 간다. 왜 이리 세월이 빠른가.’를 생각했는데, 오늘 새벽은 자연이 알아서 살랑살랑 바람을 보내주네요. 편지도 즐겁게 쓰라는 듯이요.^^     

어제는 학원방학을 하면서 중고등부 학생

들에게 1학기 공부하느라 수고했다고, 짧은 방학(중등부 3일, 고등부는 1일) 이지만 건강하고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자고 말했죠. 동시에 별의별 이름표를 단 장학금도 주고요. 역시 학생들도 ‘돈’을 가장 좋아합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정도는 먹을 수 있을거예요. 무엇보다 여러 사람 앞에서 장학금이라고 쓰인 봉투를 받는 것은 아마도 양 어깨에 작은 봉우리 하나씩 생기는 일... 축하받을 일!!     


방학이라해도 제가 할 일은 변함없이 많군요. 금주는 책방지기님도 휴가라서 이 한 몸이 왔다리 갔다리 해야겠어요. 오랜만에 책방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여는데요, 이번에는 철학과 인문학에 관한 강연이라, 제가 먼저 그 작가의 책 몇 권을 읽어보려합니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 들을 대상으로 한 ‘철학교사‘의 ’철학강의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철학으로 휴식하라>라는 책속에는 어떤 사유로서 삶을 살아가라고 할지... 다 읽으면 콕 집어 요약본도 올려드릴께요.      


어제도 매미 한 마리가 발 앞으로 툭 떨어졌는데요, 자세히 살며보니 정말 제 할 일을 다 한 듯, 온몸에 허허로움이 가득했습니다. 그 작은 몸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크기는 그를 들고 있는 제 손보다, 그를 비추는 한 낮의 햇빛보다도 크게 느껴져서 갑자기 종점을 찍은 그의 삶에 경외로운 맘이 생겼답니다. 풀밭 화단 한쪽 그늘로 옮겨주었네요.      


사계절 그 어느 때라도, 생명을 가진 모든 자연생물의 삶은 인간의 인식지평을 넘어선 곳에 있지요. 그럴수록 그들에게서 힘과 위로를 받으며 상존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우리의 감정(감성)의 문을 열어두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작은 실천법으로 강추 하고픈 것, 일 순위는 바로 ‘시인들의 시집’ 한 권 들고,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마음을 들여놓는 일이죠. 여름 모시나 삼베의 시원한 감촉이 당신도 모르게 당신의 몸과 맘을 에워싸지 않을까요. 오늘은 정일근 시인의 <여름편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름 편지 정일근     


여름은 부산우체국 신호등 앞에 서 있다

바다로 가는 푸른 신호를 기다리며

중앙동 플라타너스 잎새 위에 여름편지를 쓴다

지난 여름은 찬란하였다

추억은 소금에 절여 싱싱하게 되살아나고

먼 바다 더 먼 섬들이 푸른 잎맥을 타고 떠오른다

그리운 바다는 오늘도 만조이리라

그리운 사람들은 만조바다에 섬을 띄우고

밤이 오면 별빛 더욱 푸르리라

여름은 부산우체국 신호등을 건너 바다로 가고 있다

나는 바다로 돌아가 사유하리라

주머니 속에 넣어둔 섬들을 풀어주며

그리운 그대에게 파도 소리를 담아 편지를 쓰리라

이름 부르면 더욱 빛나는 칠월의 바다가

그대 손금 위에 떠오를 때까지    

사진제공.박지현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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