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1 천양희 <운명이라는 것>
주홍빛 감을 보면서 ’정말 달까?‘ 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라네요. “좋은 느낌이야!” 라구요. 즉각적인 감정표현을 넘어서서 보이지 않는 감수성에 좀 더 예민해져보라는 조언을 해 주는 듯 했답니다. 그래도 쓰디쓴 입맛은 단감을 찾길래, 쓰르르 싹 하고 껍질을 벗겨 한 입 먹었더니, ’바로 이 맛이야, 엄청 달고만...’ 아주 짧은 행복감을 느꼈답니다.
우연히도 책방에 온 짧막한 에세이집의 제목이 <좋은 느낌>이었죠. 이미 널리 알려진 작가들이 소품집처럼 쓴 에세이였어요. 이 사람들은 좋은느낌을 어떻게 공유하길래, 책까지 함께 만드는 작업을 했을까. 분명 느낌과 생각의 결이 비슷한 듯 보여서 첫 장을 열고 주르륵 읽었어요. 소재는 별 다른 것도 없는 평이한 일상인데,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이라서 그런지, 하찮은 것에도 바라보는 눈길과 마음 씀씀이가 달라서 글도 따뜻하고 위안이 되었답니다. '좋은 느낌'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들끼리의 마음교환을 글로 잘 표현했더군요.
지난주까지 책방에서의 큰 일을 마치고 나니, 몸의 피로도 수치가 한꺼번에 올라가더군요. 그럼에도 어느 지인의 말 한마디는 비타민제 몇배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사람이예요.’ 사실 그분은 저의 부족한 속내를 잘 알고 있을거예요. 그럼에도 늘 자신을 겸손하게 제켜두고, 저를 앞세우는 분이신 걸 잘 알지요.
김어준의 방송 ‘겸손은 힘들다’라는 제목, 분명 뉘앙스는 다를진대, 왠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아마도 제가 삼을 화두이기 때문인것 같아요. 사람관계망에 겸손이라는 점 하나를 찍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다 싶고요. 또 할수 있다면 ‘겸손’ 두 글자가 몸에 새겨져 있는 사람을 볼줄아는 지혜를 얻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 싶어요. 오로지 저 자신을 위해서요. 오늘은 천양희시인의 <운명이라는 것>을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운명이라는 것 - 천양희
파도는 하루에 7만번씩 철석이고
종달새는 하루에 3000번씩 우짖으며 자신을 지킵니다
용설란은 100년에 한번 꽃을 피우고
한 꽃대에 3000송이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습니다
벌은 1kg의 꿀을 얻기 위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다니고
낙타는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습니다
일생에 단 한번 우는 새도 있고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새도 있습니다
운명을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