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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Nov 12.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208

2024.11.12 송수권 <혼자먹는 밥>

‘삶의 질을 위해서 약을 매일 두 번씩 먹이세요. 마음 아프지만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하니까요.‘라는 수의사의 말이 하루종일 머릿속을 맴돕니다. 살아가는데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삼시세끼 밥먹고 똥사고 잠자는 일만 하고 산다면 누가 그에게 잘 살고 있다고 말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동물에게도 똑같은 잣대로서 삶의 질을 높여주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나봅니다. 역지사지, 동변상련의 마음이 확대된 것은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사람의 삶의 질을 높여보는 일도 생각해볼까요. 사람은 사회적유기체라 혼자살수 없다고 말하지요. 비혼주의자라고 해도 본인의 태생을 만들어준 부모부터 시작해서 어느 누구도 혼자인 사람은 없으니까요. 다양한 노력으로 개인의 수양을 쌓는 일차적인 방법으로부터 삶의 질을 높일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와의 관계망을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분명하게 달라집니다. 그러니, 누구를 만나고, 얘기하고, 생각하고, 다시 또 기다려지느냐 하는 것은 분명 자신의 삶에 진실로 중요한 일입니다.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머물다가 튀어나오는 일이 부디 좋은 그림이길 바라면서 시간을 보내지요. 하루앞도 알지 못하는 것이 인생인데, 그 삶의 질과 모양이 이왕이면 좋은 그림이라면 더 좋으니까요. 어제도 아침부터 빼곡이 놓여진 일정속에 잠시 숨통을 트게 해 준 어떤 분. 신기하게도 금주에 한번은 뵈어야겠다 싶었는데, 우연히 제 발걸음이 가 닿았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또 느꼈지요. ’나도 이런 모습으로 나이들어가고 싶다. 말도 이렇게 둥그르게 모으로, 앞자락에 잡은 두 손도 이렇게 모으고, 미소도 이렇게 선하게 비추고...‘ 닮고 싶은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네요. 송수권시인의 <혼자먹는 밥>. 봄날의산책 모니카     


혼자먹는 밥 송수권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생(生)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되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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