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3 나희덕 <11월>
벌써 김장담그는 준비들이 시작. 제 어머니께서도 외지에서 지인이 농사짓는 배추로 김장을 담으실예정입니다. 물론 사오년전부터 엄마의 손으로 직접 버물려지는 배추양념은 보기 어려워졌지만, 며느리들에게 젓갈부터 시작해서 각종 양념의 순서와 양과 종류를 일일이 말씀하시면서 소위 ’김장전수‘를 하고 계시죠. 해마다 ’이번에 마지막이다‘라는 말씀을 하시지만, 올해도 다행스럽게 또 엄마의 김장모습을 만날 수 있겠습니다.
얼마전 문우들과 읽은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천사 미하일이 받은 두 번째 질문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였지요. 바로 ‘죽음과 미래‘였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이 대답을 능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알지못하여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최근에 다양한 모습으로 이 질문에 처해졌었습니다. ’한치도 알수 없다’에서 한치의 길이는 약 ‘3cm’. 눈으로 보이는 그 짧은 거리를 알지못하는 것이 인생인가봅니다.
오늘은 학원생 중에 한명이 학생회장으로 뽑혔다고, 주변의 학생들이 도와주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그 부모님께서 간단한 간식을 넣어도 되냐고 물어보셔서, ‘엄청 좋아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답니다. 저나 제 아이들은 ‘00 장’ 붙여지는 자리에 나서지도 않지만, 그 학생을 보니, 역시나 제 그릇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포용력과 리더쉽이 좋았습니다. 학생회장님 덕분에, 원님덕에 나팔부는 격으로, 학원생모두가 간식 먹게 되었네요.^^
날씨가 솔솔하니, 싸늘해지지요.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요, 물과 비타민 충분히 드세요. 별도의 보약보다도, 비타민 몇 알이 저를 다시끔 앉게하는 힘이 있더군요. 나희덕시인의 <11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1월 -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사진제공, 박세원문우. 만경강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