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6 박노해 <더디가고 떨며가도>
백만송이의 꽃들이 들고있는 응원봉이 광화문 광장이 뿌려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상상해보세요. 이 모습을 어찌 상상만으로 머물수 있을까요. 윤씨 탄핵 결정이 늦어져서 국민들의 불안 스트레스 지수가 하늘로 치솟고 급기야 저 먼 허공까지 뚫고 올라간 현장속에서 함께 소리라도 내 질러보니, 아주 조금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밤 늦게까지 남아서 젊은 세대들이 만들었을 응원봉들의 물결이 타악기들의 리듬과 함께 어울려졌던 빛의 혁명 대 전야를 못보고 내려온게 .... 많이 아쉽니다.
굳이 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수를 헤아릴까 싶지만, 헌법재판소를 둘러싼 거리부터 광화문까지, 말 그대로 백만이 넘는 인파들의 함성을 그들도 듣고 있겠지요. 매번 집회인원수 대폭 할인 작전을 펼치는 보수매체들마저도 백만을 운운하는 걸 보면, 분명 엄청난 사람들이 모인건 사실이지요. 상경길은 편했었는데, 하경길은 모두 길이 막혀서 종로를 빠져 나오는데만 2시간이 소요됐답니다. 그래도 군산 촛불행동버스(128차 행진)는 이번에도 윤씨 탄핵을 열망하며 시민의 마음을 싣고 함께 행동했습니다. 행사운영자 여러분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른 한쪽에서 집회하는 극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탄핵결과에 따라 우리사회가 어떤 극한의 양상을 띄울지, 더 걱정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는 ’상식(常識)‘ ’정의(正義)‘ ’인정(認定)‘이란 말이 사라졌습니다. 각자가 주장하는 말이 기준이 되어버려 갑니다. 더욱더 무서운 것은 폭력과 욕설, 그렇게 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특히 보수와 우익이라고 하는 집단들의 태도는 정말 무섭지요. 서부지법사태가 대표적인 예이니, 헌재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어,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을거라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초라도 빨리 결정을 해야합니다.
오늘은 수업이 많네요. 집회에 못 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표현이 많지요. 저도 역시 같은 형편인데, 시간의 그물망을 짬짬히 짜다보면 제가 만들고 싶은 시간코 하나는 만들 수 있더라구요. 어제의 열기 탓인지, 봄비가 내려 사람들의 마음을 식혀준다 하네요. 이런 날은 시간 그물 코 몇 개는 더 만들 수 있지요. 개운한 마음까지 가려면 아직도 몇 걸음 가야 하지만, 그래도 힘을 내고 걸어보시게요. 분명 어디선가 봄꽃 향기가 당신 코끝을 간지럽힐테니까요. 박노해시인의 <더디가고 떨며가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더디가고 떨며가도 – 박노해
나는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열 번을 쓰러지고 일어서 가는데
너의 한 걸음은 순풍에 돛 단 듯이
단숨에 열 걸음을 앞질러 가는구나
탐욕은 부끄러움이 없으니까
악은 거침없이 막 나가니까
너희는 지상의 법도 없고
하늘의 벌도 모르는구나
흰 지금 망상으로 취해가는구나
너흰 지금 무법으로 무너지는구나
너흰 지금 광기로서 불타가는구나
나라야 망하든 말든 내전을 불지르고
국민이 죽건 말건 일상을 파탄내고
특권과 탐욕을 채우면 그만이겠지만
우리는 지켜야 할 것을 다 지키면서
한 걸음도 건너뛰지 않는 정직한 걸음이어서
이리 더디고 애타고 힘겨운 전진이구나
너희가 망친 나라 우리는 살려간다
너희가 찢은 헌법 우리는 지켜간다
너희가 떨군 국격 우리는 세워간다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여기가 우리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이곳이 내 존엄의 전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디 가고 떨며 가도
인간의 품격과 사랑의 떨림을 품고
우리 함께 가야만 할 ‘빛의 혁명’으로
겨울 속의 꽃심으로 걸어나간다
아아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피는 봄
사진, 안준절 시인제공 - 순천 탐매마을 홍매화전경
군산 촛불행동응원열기
광화문에 모인 100만을 넘는 국민들의 소망(사진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