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21 문태준 <이제 오느냐>
또 다시 불안한 금요일을 맞이하는 일, 망망대해에서 좌표도 없이 무조건 헤매보는 일. 일렬로 서 있는 군중의 앞 머리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무작정 믿어보는 일. 이거야말로 고문 중에 상 고문이라고 탄회(坦懷)가 저절로 나오실거예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도 내 할 일만 잘 하면 된다 위로하지만, 세상일 연결되지 않은 게 없으니, 어서빨리 탄핵결정문이 나와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야 위로 가든 아래로 가든 한 방향을 결정하니까요.
심신이 다소 고된 3월 신학기, 학원일만 해도 버거운 나이인가 싶은데, 국민 모두가 정치인 법률가가 된지 몇 달째... 세상에 이런 공부를 진작에 했더라면 다소 삶이 나았을까를 쓴 웃음지으며 고민해보기도 합니다. 언제쯤 불타는 금요일이 되어, 함박웃음 짓고, 손바닥 마주치며 고함지르며 하늘 한번 올려다볼까 싶군요.
어제 오전엔 전주에 꽃심 도서관에서 차 한잔 마시고 ‘멍 때리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도서관 하면 책 밖에 생각나지 않던 예전에 비해, 도서카페라는 용어가 어울리는 장소에서, 그것도 한지냄새 물씬 나는 꽃심도서관에서 놀멍놀멍 하는 것도 참 편했습니다. 2시간여 동안 책 냄새(잘 읽어 소화해야 책 향기 맡는 단계까지 갈진대...) 속에, 커피 한잔, 쫀듯달콤한 수제 초코파이 하나로 한 끼를 대용하며 즐겼지요. 혼자만의 시간저축이 힘든 하루를 포근하게 했으니, 남는 장사 한 셈입니다.
톡에서 울리는 여행사들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 무정하게 내치지 않고, 글자와 사진만으로도 떠나보는 놀이를 할까 합니다. 지인들이 보내주시는 시 한편 한편 음미하면서요. ‘시 나눔’이라는 한가지 주제로 소통하는 즐거움이 큰 단톡방... 시 뿐만아니라 그들의 댓글을 보면 세상 누구나 시인이었구나 싶어서 ‘사람여행‘이 저절로 이루어지네요. 문태준시인의 <이제 오느냐>도 읽으시며 누군가에게 이 말을 전해보실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이제 오느냐 – 문태준
화분에 매화꽃이 올 적에
그걸 맞느라 밤새 조마조마하다
나는 한 말을 내어놓는다
이제 오느냐
아이가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
나는 또 한 말을 내어놓는다
이제 오느냐
말할수록 맨발 바람으로 멀리 나아가는 말
얼금얼금 엮었으나 울이 깊은 구럭 같은 말
뜨거운 송아지를 여남은 마리쯤 받아낸 내 아버지에게
배냇적부터 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