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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38

2025.3.22 이성목 <설레는 저수지>

by 박모니카

’폭삭 속았수다‘ 가 무슨 뜻이냐고 벗이 묻길래, ’왕창 속았다‘라는 어감으로 답했더니,,, ’수고 하셨습니다‘라는 뜻이라네요. 제가 넷플리스 라는 매체를 통해 보는 3번째 드라마인데요. 어제는 그 첫 편을 보면서 반해버렸지요. 제주도의 풍경, 60년대의 사회상을 그려낸 사람들의 연기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아이 애순이 지은 동시 <개점복>이 나와서 였습니다.

허구헌날 점복 점복

태풍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꼬루룩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쩨 까무룩 소식이 없소,

점복 못봐 안 나오나,

숨이 딸려 못 나오나,

똘내미 속 다 타투룩

내 어망 속 태우는

고 놈의 개점복


주인공과 숨병으로 이른 나이에 죽는 엄마와의 마지막 장면, 어린동생들과 당당히 살면서 늘 손에서 시집을 놓지 않고, 출판사 ’창비‘잡지가 보이는 등... 긴 이야기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여러분께서 꼭 보시면 좋겠다 싶어서 아침글로 채택했지요. 현재 전세계적으로 인기작품이라 합니다.~~~


다시 또 토요일, 탄핵결정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기상천회한 결정문이 나오는 건 아닌지,,, 이제는 마지막 믿음의 보루 였던 헌재에 대한 불신의 씨앗들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같은 법 집행 집단이니, ’무조건 무조건이야’ 노래까지 부르며 믿은 적은 없지만 우리 민주주의가 성장하도록 단초가 되었던 집행들이 있었기에 믿고 믿어보는데요. 하고야... 이 정도까지 시간을 지체시킬 줄은 몰랐기에,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듭니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자국민에게 총을 들게 한 놈’은 대통령이 아니지요.


어제 날씨, 오늘 날씨도 기 막히게 아름다운 봄 날이라 하네요. 저는 신학기 할 일 많다는 신호가, 심신으로 와서, 잠도 좀 자고, 말도 좀 줄이고, 멀리가지 말고, 살짝 산책이나 할까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께서는 이 좋은 날 그냥 흘러보내지 마시고, 봄 강물 위에서 흔들려도 보고, 물살도 만져보시고, 산야 피어나는 꽃들에게 말도 붙여보시는 주말이길.^^ 이성목시인의 <설레는 저수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설레는 저수지 – 이성목


욕조에 찰랑찰랑 넘치도록 물을 받고

물속으로 몸이 들어가면 물은 얼마나 설렐까

세숫대야에 꽃잎을 띄워놓고 가만히 손을 넣었을 때를 생각해 봐

손등을 찰랑찰랑 밀어내며 설레고 설레던 물


벚꽃이 함박눈처럼 내리던 봄날을 기억해

둥글게 꽃터널을 만들며 우리가 걸었던 봉날을 기억해

저 둥글고 둥근 끝 환하고 환한 끝은 어디일까


둥글고 둥근 저수지 물은 널 받으며 얼마나 설레고 설렜을까

얼마나 설레고 설레서 기슭으로 자꾸만 꽃잎들을 밀어냈을까

찰랑 찰랑 밀어내고 또 밀어 냈을까


찢어진 블라우스가 꽃잎처럼 덮여 있었지

속이 다 비치는 연분홍이 봄날을 어지럽한다고 수군거렸지

꽃잎을 밟으며 또 밟으며 갔지

사진제공, 안준철시인


이미지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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