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기회는 생각보다 더디 오고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닥친다

각종 조사를 보면 한국인들의 직장 만족도는 상당히 낮다. 만족도가 50%를 넘는 조사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반면 불만족도는 대개 50%를 넘고 어떤 조사에서는 80%를 넘기도 한다. 특히 젊을수록 직장 만족도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대체로 입사 첫 해가 지나면 만족도가 급락하기 시작해 4~6년차에 최저치를 찍은 뒤 조금씩 개선된다.


북미나 서유럽의 직장 만족도는 우리보다 높다. 미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장만족도를 조사해온 ‘컨퍼런스 보드’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미국인들의 직장 만족도는 전 년보다 3% 포인트 가까이 높아져 54%에 근접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이 기관의 첫 조사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조사 첫 해인 1987년 당시 직장 만족도는 61%를 웃돌았다. 그러나 노사갈등과 아웃소싱 증가 등이 계속되면서 만족도의 급격한 내림세가 이어졌고 급기야 2010년에는 43%를 밑돌기까지 했는데, 이후부터 점차 나아져 2016년에는 50%를 회복했다.

한국 직장인들이 유독 자신의 직장에 대해 불만족스러워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부족한 연봉, 맞지 않는 직무, 미흡한 복리후생과 근무환경, 불안정한 고용, 장시간 노동, 상사와 동료의 괴롭힘 같은 요인들이 직장생활을 불편하게 만들고 직장인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것들 외에도 젊은 직장인들에게 직장불만의 기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요인이 있다. 바로 ‘회사가 관리를 잘 안 해준다’는 인식이다. 회사가 일만 시키고 성과만 요구할 뿐 키워주고 발전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키워주고 커리어를 관리해주길 기대하고 있는데 그런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시키는 일만 잘 해내기를 요구한다는 얘기다. 젊은 직장인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상사에 대해 “관리는 안 해주고 간섭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불만은 회사에 대한 높은 기대에서 출발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안 되는 직장인들은 회사도 학교처럼 자신들을 보살펴주고 키워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임원이나 상사를 학생 때 자신을 이끌어준 선생님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경영철학과 비전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회사에 입사해서 적성에 맞는 직무를 맡을 수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런 기대는 입사한지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직장인들의 직장 만족도가 입사 2년차부터 급락하고 3년 안에 입사자의 절반 이상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반해 북미나 유럽의 직장인들은 한국의 젊은 직장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사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다. 직장은 자신의 경제적 욕구를 채워주는 곳이고 미래를 열어주는 기회의 조직일 뿐 직장 자체가 미래를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한국과 달리 학생 때부터 직장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접해 온 이들은 입사 전에 이미 직장의 모습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직장인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장은 학교가 아니며, 직장을 학교와 비슷한 곳이라고 착각하면 직장에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전문성을 키우고 커리어를 관리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지 결코 회사의 책임이 아니다. 직원들의 경험과 지식은 회사가 부여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것이지 회사가 교육훈련을 통해 키워주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 일부는 회사가 자신을 교육훈련시켜주고 성장시켜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간섭받기를 싫어하고 관리받기를 선호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직장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직장이 학교와 다른 점은 관리해주는 선생님이 없다는 것이다. 기회는 생각보다 더디 오고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닥치는 법이다. 스스로 관리하는 것을 게을리하고 누군가 관리해주길 기다리다 보면 직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찾지 못 하다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고 만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직장인의 성장은 교육훈련보다는 성취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 노하우를 배우고 기술을 연마하고 지식을 축적하게 된다. 따라서 업무에서 성취가 부족한 직장인이 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부여된 직책과 직무와 씨름하는 사람만이 업무역량을 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직장에서 일은 두려워할 게 아니라 맞서서 도전해야 하는 존재다. 설령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도전은 직장인들을 전문가로 이끌어 준다.

작가의 이전글 생각의 나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