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자신에 대한 평가에 관심을 갖자

세계적 IT기업인 구글은 직장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그만큼 입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렵게 입사하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자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성과를 엄격하게 평가하는 데다 평가결과가 시스템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은 누구라도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이나 유럽기업의 경우 해고가 자유롭기 때문에 회사는 성과가 부진한 직원에게 이렇다 할 설명 없이 고용계약을 해지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구글에는 평가와 관련한 독특한 절차가 하나 있다. 성과가 아주 나쁜 직원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구글은 성과가 하위 5%에 속하는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통해 본인이 성과부진그룹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귀하는 구글 전체 직원 가운데 하위 5% 성과 그룹에 속합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귀하에게 알리는 것은 귀하가 스스로를 더 좋게 개발하고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구글이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직원들에게 본인의 처한 상황을 알게 함으로써 스스로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구글의 인사담당자는 “다른 기업들처럼 매분기마다 하위 5%를 해고한다면 우리는 1년에 전체 직원의 20%를 내보내게 되는데, 이렇게 하는 게 옳지 않다는 판단 때문에 이런 제도를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또 “우리가 직원을 제대로 뽑았다면 굳이 정기적으로 직원을 솎아내는 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반성도 이런 제도를 설계하게 된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의 이런 메시지를 본 직원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한 그룹은 회사에서 더 이상 전망이 없다고 생각해 회사를 떠난다. 반면 다른 그룹은 자신이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고민하면서 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다음 평가에서 하위 5% 그룹에서 벗어난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직장인들은 모두 평가를 받는다. 자신이 한 해 동안 이룬 성과와 함께 자신의 업무태도와 조직활동에 관해 상사로부터, 혹은 조직 구성원 모두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받은 평가결과는 연봉이나 승진, 보직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평가결과를 접한 직장인들은 표정은 제 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든 직장인이 평가결과에 대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즐거워하고 매사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 반대로 나쁜 평가를 받으면 심하게 불만을 표시하면서 한동안 업무에서 손을 놓기도 한다. 회사 안에서 길이 막혔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떠나거나, 다른 부서로 전배를 요청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평가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평가의 신뢰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평가결과가 직장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평가는 형식에 그치고 평가결과는 연봉이나 승진에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특히 연공서열문화가 강한 곳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직장에서 평가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평가는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의 성과와 태도에 대한 판단일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회사의 지침이기 때문이다. 평가에는 자신의 과거 뿐 아니라 미래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나는 회사의 간부들에게 부하직원 평가결과를 가지고 반드시 직접 면담하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면담에서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추라고 주문한다. 이런저런 것들은 매우 잘 했으니 앞으로도 지속했으면 좋겠고, 이런저런 것들은 아쉽고 부족하니 개선하길 기대한다고 상사의 의견을 분명하게 밝히라는 것이다. 물론 부하직원이 왜 그런 성과를 거둘 수밖에 없었고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를 충분히 듣는 것도 중요다. 그러나 평가는 직원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면담은 과거의 분석이 아니라 미래의 성과개선에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직장인들은 평가를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종종 직장에서 성과나 태도가 좋지 않아 손가락질을 받는 직원들을 접한다. 그런데 이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하는 이유는 무능하거나 품성이 나빠서가 아니다. 자신이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그런 평가의 심각성을 못 느끼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가 다른 사람을 불쾌하고 불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대개의 사람들은 행동을 중단하고 태도를 바꾼다.

따라서 회사와 상사는 직원들에게 평가결과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평가만 할 뿐 미래에 대한 행동지침은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지뢰밭이나 수렁으로 이어지는 길인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가는 길인지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반대로 직장인들도 자신에 대한 평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평가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성공의 팁이 들어 있는 요술주머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열어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직장생활을 잘 하려면 회사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고 무엇을 금지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어느 회사나 조직구성원이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다. 이것이 가장 분명하게 표시돼 있는 곳이 인사평가기준이다. 따라서 평가결과는 자신이 그 기준에 얼마나 맞추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성과평가 하위 5% 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구글 직원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처럼 직장인도 자신의 평가를 어떻게 보느냐가 직장생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직장인에게 평가는 보통 부담스럽고 불편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미래의 길을 제시해주는 용한 점쟁이의 점괘일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전문가보다 멀티플레이어가 더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