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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별쌤 Oct 22. 2024

잘 가요.. 당신..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슬픔 앞에서 슬픔만 느낄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군가와 이별을 해야 하는 장례식장에서 슬픔과 함께 요즘은 다른 감정이 따라다녀요~~

'안타까움..' 

-떠난 사람의 마음에 걱정으로 남겼을만한 일들에 대한 안타까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안타까움

-늦은 후회를 느끼게 될 안타까움

-너무 열심히 살았던 누군가의 삶을 통해 느껴지는 안타까움, 


사람들과 자신의 마음속 깊은 얘기들을 나눈 지가 얼마나 됐나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누군가는 잊혀 가고 있진 않나요?

이런 얘기를 꺼내고 있는 내가 오히려 이상해 보이진 않나요?

인생의 깊이보다 눈앞에 펼쳐질 일들에 대해 급급하게 살아가는 삶들이 안타까워 보이진 않나요?


60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느껴지는 이 감정들이

아직 젊은 당신의 삶에 도움이 되길 바래요~

-----30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불안함으로 콩콩 뛰는 마음을 안고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꽃처럼 화려한 미소에 곱게 한복을 입은 떠난 이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진과 격하게 대조되는 그녀의 남편의 모습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까칠한 피부, 퉁퉁 부은 눈과 얼굴, 건조한 입술..

그는 얼마나 울었을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던 아내, 

늘 밝고 씩씩했던 50대의 아내를  떠나보내는 그의 마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지는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하얀 국화꽃을 그녀의 영정사진 앞에 올려놓고

남편과 나는 기도를 드렸다.

천국에 가 있는 그녀는 이젠 편안하겠지만 

남겨진 가족의 슬픔을 위로해 주실 분은 하나님밖에 없으니까...

가족과 인사를 하며 그녀의 아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아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들을 두고

떠나야만 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서 많이 아팠다.
아들을 안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떠나신 엄마가 그리울 때 내게 오라고... 함께 울자고...'  
그녀의 딸과 사위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래도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었던 딸을 먼저 결혼시켜서 손녀들도 만날 수 있었기에 떠난 그녀에게는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딸이 SNS에 올려놓은 사진이 더 슬프게 했다.

자신의 결혼식에서 엄마와 활짝 웃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엄마가 떠나셨음을 알렸다.

그녀의 딸을 안고 조용히 얘기했다.

'엄마는 이제 아픔도 고통도 없이  편안히 쉬실 거라고...'

눈물이 흘러서 자꾸 마스크 안에 고이는 게 참 불편했다..

서둘러 장례식장에서 빠져나왔고 집에 오는 길에 우리 부부는 말을 잃었다.

사람의 삶이 정말 허무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빨리 떠날 건데 그녀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자신의 전공이었던 성악을 내려놓고 많은 일들을 했었다. 

한순간도 그냥 편안히 살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늘 열심히 살았다.

그녀는 '이렇게 짧은 삶이라는 것'을 벌써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걸까?...ㅠ

그녀의 딸이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위에게 나를 소개하며 그녀는 말했다.

'나의 Best friend라고..'

그녀의 사위가 꾸벅 인사를 했다. 

내가 더 나이가 많았기에 그녀의 소개가 예상치 않았던 문장이었지만 참 기분이 좋았다.

정말  Best friend 답게 더 잘해주고 싶었다.

그 말을 들은 지 5년도 되지 않아 그녀는 떠났다. 

아파 있는 동안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Best friend'의 역할을 할 기회도 주지 않고... 


나의 Best friend~! 잘 있니?

그곳은 편안하지? 눈물도 고통도 없는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으렴~

언젠가 우리 만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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