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찾아올 때 잘 맞이하는 법
불안이 찾아올 때 사람들은 두려워진다.
그 감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까...
낯선 곳을 여행할 때 열심히 준비하듯 불안을 맞을 준비를 하면 어떨까?
그래서 불안이 찾아올 때 놀라움 없이 피하지 않고 인사해 본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불안을 생각해 보면 그건 대부분 나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였던 것 같다.
나를 빼놓은 상태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세상이 그냥 돌아가고 있을 때
난 생각했다. '난 누구였지?'
극도의 불안이 나를 휘감으며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내가 좋아하고 또 그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믿었던 내 주위의 사람들이 다 나를 떠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은 아버지가 떠나시고 나서 확실히 심해졌다.
정말 많이 사랑했던 아버지.. 그분과의 이별은 나의 삶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항상 나의 든든한 백그라운드였던 아버지..
그건 물질이나 권위로 이루어진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언제든지 내편' 일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내편이었다.
내가 하는 말은 늘 맞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리고 내게 '지혜로운 딸'이란 말도 해주셨다.
난 그때부터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다.
아니 그렇게 믿게 됐다.
아버지가 말해주셨으니까...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떠난다 해도 아버지는 늘 내 곁에 계실 거라고 믿었다.
나를 아끼시던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여전히 난 믿었다.
우리 아버지는 안 떠나시고 지금까지 그러셨듯이 날 사랑해 주시고 영원한 내편으로 존재하실 거라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믿었을까 싶을 정도로 확실히 믿었다.
어쩌면 나를 착각 속에 넣어 놓고 그냥 가만히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언젠가 떠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쏟아지며 맘 깊은 곳까지 전율이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떠나셨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애를 썼지만 사진 속 웃고 계시는 아버지는 사진 속에만 계셨다.
나를 아끼시며 무조건 내편이 되어 주시던 그분은 나를 두고 가버리셨다.
무조건 내 편이 돼 줄 사람을 이젠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할 거란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더 불안이 시작됐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떠날 것만 같았다.
죽을 만큼 힘들었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사람들이 쳐다봐도 부끄럽지도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 정도로 심각한 우울을 앓고 있었는데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내 모습은 철저하게 가면을 쓴 모습이었기에..
남편과 아이들조차도 가벼운 슬픔 정도로만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뼛속까지 아려왔던 나의 슬픔을 공감해주지 않아서...
이젠
어차피 내게 찾아온 불안을 반갑게 맞아본다.
그리고 내 시간들을 돌아본다.
'아~ 그랬었구나~ 그 순간이 나를 자극해서 불안을 호출하게 되었구나~
충분히 그럴만했어~ 네가 연약해서가 아니고 그런 상황들을 만나며 불안이 찾아올만했어~'
그리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