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쓰지 않으면 퇴화되고
텍스트 없는 생각은 무용지물
책을 읽으면서 한 번씩 빈 여백에 나의 생각을 붙들고 글을 쓴다. 그러면 잠시 책 내용은 잊은 채 나의 텍스트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내 글이었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텍스트로 옮기지 못하고 날아갈 때가 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생각났을 때 바로 적으려고 노력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내 머릿속의 생각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가버린다.
기억날 듯하면서도 기억나지 않는 생각들 때문에 펜대신 스마트폰을 더 자주 만지작 거린다. 그곳에 빠지게 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데 좋은 문구를 스마트폰에 옮기고 나면 다른 생각에 검색을 하게 되고 그곳에 빠져 내가 정작 무슨 글을 읽고 있는 줄 모른다.
문학은 처음에 즐기기 위해 내 마음의 감정들을 위로하고 편안하게 하는 안식처였다. "나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위로감과 있을 법한 세계의 일들이 펜대 끝에서 나온다는 것과 내가 몰랐던 사실들을 깨닫게 해주는 지적 쾌락은 쉽게 뿌리 칠 수 없는 중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젠 읽는 것보다 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사회적 글쓰기의 또 다른 방편이 문학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문학의 소중함이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버렸다. 읽고 쓰면서 성장하고 치유하는 나의 인생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젠 많이 읽고 많이 써야겠다는 사명감에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가고 아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빨리 자라고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은 책을 읽고 글을 남기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현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이 어른들이 깨부수지 못한 프레임에 갇혀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이 시대의 프레임을 부숴버리고 싶다.
얀테의 법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아라. 9. 아무도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10. 당신은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없다. 북유럽의 관습법인 얀테의 법을 몇 해 전에 책에서 알게 되었다.
이 같은 사실이 있는지도 모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왔었다. 그저 한국 사회가 최선의 사회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올림픽 경기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메달을 따도 한국처럼 금전적 보상이 있지도 않았지만) 행복해하던 그들의 모습과 학교에서 에세이를 쓰기 위해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의 글을 쓰는 아이들의 모습과 에세이를 일일이 평가하며 읽고 있는 선생님과 에세이 속에 자기 생각이 없다며 학생을 꾸짖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가 너무 개인의 의견을 몰살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모든 것들이 뒤틀린 목재처럼 되돌릴 수 없는 목재가 된 우리 학교와 사회의 모습은 이제 그 나무를 베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베어버리지 않으면 새 나무가 올라올 수 없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베어버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커버렸다. 세계의 문학도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문학을 알아주지 한국문학은 문학 장르에 껴주지도 않는다. 한국문학은 한국에서만 유명할 뿐이다. 세계문학을 잘 읽지도 않는 한국문학이 어찌 세계문학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자기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한국사회에 글과 책들 그리고 교재는 훌륭하지만 무엇인가 부족하다.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깨닫는다. 세계문학의 영향이 가장 적은 나라가 북한다음으로 한국이 아닐까 그들이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써왔는지 알고 있다면 얕은 지식과 배경으로 세계문학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아이에게 세계 문학을 던져준 것과 다름없다. 독자의 레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오래된 고서는 죽은 도서가 될 뿐이다. 작가란 무엇인가의 도서가 나에게 주는 짐은 "글을 쓰더라도 혼자 읽지 말아라." "글을 쓰고 나서 피드백이 없으면 좋은 글이 아니다" 이 짐을 어떻게 덜고 가야 할지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