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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디남 Oct 21. 2021

꿔바로우를 자르는 21가지 방법

직장 상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Z세대 신입사원의 회사생활기: 꿔바로우를 자르는 21가지 방법


  얼마 전 한 달에 한 번 있는 '회사 중역과의 식사'때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한 달에 한 번, 회사의 임원과 회사의 직원들이 같이 식사자리를 갖곤 한다. 그러다보니 MZ세대로 묶인 나는 또 다른 밀레니얼 세대 (그러나 나보다 나이가 5~7살이 많은 선배님들이다) 두 명과 식사 조가 되었고, 회사의 중역과 함께 식사를 갖게 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으레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공통 이야기 소재로 택하는 백신이야기부터였다. 화이자를 맞았는데 멀쩡해서 다행이었다는 회사 중역분과, 예비역으로서 얀센을 맞았는데 전부 돌파감염당한다던다는 회사선배의 이야기가 섞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들었던, 수저세팅하기와 물따르기를 하며 막내사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가 주문했던 꿔바로우(넓은 형태의 찹쌀탕수육)와 짜장면 등 음식들이 나왔고 모두 수저를 들기 시작했다. 꿔바로우는 조금 잘라야겠다는 밀레니얼 선배의 말에 따라, 자신있게 가위를 들고 음식을 자르기 시작한 순간, 모두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바뀌어 가는 것을 목격했다.


  막내로서의 소임을 다하고자 했지만, 선배 사원으로부터 "그냥 제가 할게요"라는 말을 듣고 가위와 집게를 내려놓아야만 했다. 이후 살펴 보니, 조금 더 센스가 있는 밀레니얼 사원인 회사선배는 꿔바로우를 가로 2cm, 세로1cm의 규격에 맞게 착실히 잘라나갔다는 것이 나와 달랐다! 또다시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는 생각을 심어준 것 같아 낙담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것에도 적용되는 사회생활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Z세대가 모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꿔바로우를 먹는다고 한다면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먹고 싶은 덩이를 가져가서 잘라먹던지 한번에 먹던지 알아서 하는 것이 보통이다. 21명이 있다면 21명 모두 잘라먹는 방법이 다르지, 어떤 규격에 따라 잘라야 한다고 생각해본적은 특히나 없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각자가 원하는 대로', '각자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문화라고 생각했으나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생활에서는 다른 방식으로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된 자리였다. 특히 보다 빠르게 사회생활을 경험해본 M세대와 이런 점에서 또 차이가 있구나라는 것을 얼떨결에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저자 주: 제목의 '21가지 방법'은 출판계에서 만드는 각종 21가지 방법들을 오마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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