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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디남 Oct 22. 2021

물어본 것을 또 물어보는 "요즘 애들"

물어봤던 것을 또 물어보는 Z세대 신입사원: 그 속사정

 

  대학 커뮤니티의 졸업생 게시판 등에서 "재직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신입사원의 유형" 중 하나로서 '물어본 것을 또 물어보는 신입사원'이 있었다. 거기에는 '눈치없고 센스없는 신입사원'이라는 다소 모호한 유형부터 '오전에 물어봤던 것을 오후에 또 묻는 신입사원'이라는 개인적 경험까지 다양했다. 기본적으로 신입사원이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은 당연하지만, 이미 전달한 바 있는 사실을 재차 전달해야하는 것은 신입사원이 아닌 사람으로서 지적능력에 대한 의심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멍청한 애를 괜히 뽑았다"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할텐데 멍청하다는 인상만 준 것 같아 즐길 수도 없었다. 


  지이잉- 하는 휴대폰의 진동소리가 울렸다. "네, 경영관리부서 박민지입니다." 도레미파'솔' 톤으로 준비해두었던 자동응답기계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영업1팀 OOO인데, 견적서 때문에 확인할 것이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내용을 듣자하니, 경영관리팀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던 견적서 양식을 다시 영업팀 양식대로 써서 제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선배사원에게 경영관리팀 양식대로 해야하는 이유를 이미 물어본 적이 있어, 들었던대로 자신있게 안된다고 전달하였다.


 하지만 대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 이건 원래 영업팀에서 이러이러한 이유때문에 이 양식대로 쓸 수밖에 없는 거라서요. 경영관리팀 말씀대로 해도 되는데, 잘 아시겠지만 실무적인 이러이러한 이유때문에 이 양식을 사용해왔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실무적인 이유로 원래'라는 말들이 나오자 그 무게의 중압감에 나는 무너졌다. 전화기 너머의 얼굴 모를 경력재직자에게 신입사원이라는 것을 들키면 괜히 무시당할까봐,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게 보일까봐 들었던대로 "그게 아니고요."라는 말은 쉽사리 나오지가 않았다. 원래 그랬다는데 입사 1달된 사람이 그 속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자세히 알아보고 다시 한 번 전화드리겠다고 하고, 같은 팀 선배님께 달려가 여쭤보았다.


  "선배님, 영업1팀에서 이런 사유로 이 양식을 굳이 쓰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거 저번에도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라는 선배의 말이 나왔다. 


  아뿔싸. 나는 그 순간 '재직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신입사원 유형 1번'에 해당하는 사원으로 등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애들은 물어본 것을 또 물어보고, 또 물어보더라"라고 어디선가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아찔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반문하고 싶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애들"만 과연 물어본 것을 또 물어보는 세대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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