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저녁에도
풀잎은 고개를 든다
햇살이 없어도
바람 한 줄기면 충분하다
누군가의 창문에
희미한 불빛 하나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것을 본다
그 불빛은 누구의 마음일까
오늘 하루를 버티느라
손끝이 닳은 사람의 것일까
나는 그 불빛을 닮고 싶었다
꺼지지 않으려는 마음 하나로
긴 밤을 건너는 일
세상의 빛이 없다면
우리는 서로의 빛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한 겨울을 견딜 수 있는 이유
한 사람의 눈동자에
작은 불씨가 남아 있어서
불은 멀리 있지 않다
숨을 고르고 마음을 낮추면
손바닥 안에도 온기가 있다
오늘도 나는 빛없는 길을 걷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그림자가 먼저 앞서간다
[작가의 시그널]
햇살이 아니어도 마음은 빛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