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종이접기를 잘합니다.
첫째 아들이 어렸을 때, 종이 접기에 흥미를 보였기 때문인데요. 책을 보면서 직접 가르쳐 주다가 웬만한 종이 접기에 통달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비행기도 제대로 못 접는 상태였는데 말이죠. 지금은 보통의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공룡, 로봇도 접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아들이 제가 만든 공룡 한 마리를 주머니에 넣고 서점에 다녀왔는데, 오는 길에 사라져 속상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넘어 서점에 다시 갔을 때, 그 공룡이 책들 사이에서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들과 저는 신기했습니다. 한낱 종이에 불과하고 쓰레기로 버려질 수 있었는데, 나름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 말이지요. 모양새가 제법 그럴듯했나, 내심 기뻤습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함께 종이 접기를 했습니다. 어느 날은 갑자기, 유치원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하여, 늦은 저녁까지 힘겹게 알록달록 25개의 종이 시계를 만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합니다. 도면이나 기계 설명서 같은 걸 읽기 힘들어하는 저에게, 종이접기 책은 조금 더 이과 형적인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유독 어려운 게 있었습니다.
바로 다면체 접기입니다. 다면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 조각, 유닛이 필요합니다. 유닛은 때론 아주 단순한 베이스와 페이스로 이루어지도 합니다. 그 유닛을 조합하여 한 면씩 만들고, 그 면들을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끼워서 결합하면 하나의 다면체가 되는 것이지요. 다면체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면까지는 어떻게 만들어가지만, 면과 면을 연결하는 과정이 너무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저는 다면체를 끝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실패한 다면체 접기를, 아들은 초1 때 해냈습니다. 청출어람인가요, 3등분이 안돼서 그렇게 힘들어하던 꼬마 아기였는데, 하루에 몇 시간, 이틀을 고생하더니 제법 그럴싸한 다면체를 완성시켰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고 뭉클했지요. 아, 그만큼 제 자신이 못나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요. 인내심과 끈기의 부족인 걸까요. 아니면 도형, 공간감각의 부족인 건지, 어쩌면 둘 다 인 것 같습니다.
3장, 6장, 12장, 30장의 조립 방법이 있는데, 투입되는 종이의 개수에 따라 전혀 다른 크기와 형태로 다면체가 완성이 됩니다. 분명, 비슷했던 종이 조각인데 완성품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다양한 색감의 종이들이 각자 아름다운 형태로 빛을 내뿜고 있으니까요. 비록 내 손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아들이 만들어놓은 다면체들을 보고 있자면. 각자 나름의 개성을 간직한 살아있는 생물체가 아닐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다면체 만들기만큼 어려운 게 글쓰기입니다.
일상에서 생각의 조각들, 유닛들을 모아두려고 하는데요. 그런데 그것들을 연결해 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다른 작가님들은 어쩜 그렇게 유닛을 잘 발견하실까, 연결해 나가실까, 감탄하면서 말입니다.
두 번째 브런치 북을 만들고 싶었는데 막히기도 했습니다. "잠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지?" 전체를 보는 능력이 부족하니 조금씩 쓰면서 퍼즐을 맞추듯 연결해 봅니다. 처음에 브런치에 도전했을 때, 미니멀이란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그때 한 번 불합격된 것이, 어쩌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작년 브런치 연말 결산 리포트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미니멀 라이프 전문 작가라니.. 이미 브런치에는 진짜 고수님들의 미니멀 라이프가 쌓여 있고, 내가 가진 글들을 모으고, 생각하다 보니 조금 다른 형태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아직도 머리를 쥐어짜며 헤매고 있습니다만...
매번 어려워서 쉬었다가, 도망갔다가, 또 씁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걸까,
어떤 형태로 모아질까 궁금해하면서 말이지요.
비록, 책 속의 종이 다면체처럼.
완벽하고 아름답지 못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스스로 다독이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