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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일 Sep 27. 2022

그럼, 어디서 살아볼래?


남편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데 거침이 없다. 같이 살면서도 이따금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이 자유분방한 창의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남편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는 논밭과 저수지가 있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학원도 없고, 친구들도 많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놀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편의 성장 드라마다. 정작 본인은 별로 한 일이 없었다며 심드렁하게 말하지만.



복잡한 곳에 다녀오면 에너지가 방전되어 눕는다. 조용한 도서관이나 한적한 공원을 걸어야 또랑또랑 생기를 되찾는 나는 집순이다. 줄곧 한 지역에서만 붙박이처럼 지내던 내가, 비로소 남편을 만나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어지럽지만, 지도 한 장이면 어디든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사람. 산. 바다. 하늘을 보며 출처 불명의 알쓸신잡을 쏟아내는 사람을 만나면서.



그리고 이제야 알겠다. 그 놀라운 창의성의 비밀을. 맘껏 뛰놀며 키웠던 호기심. 관찰하고 실험하며 스스로 깨닫고 습득하는 능력. 책에서 지식을 배운 나는,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다. 아이들은 나를 닮아 책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아빠의 모험심과 대담함이 더 필요한 시기가 왔다. 더 넓고 자유로운 곳에서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바람과 성향과 맞아떨어지는 곳이 있을까? 꿈꾸는 완벽한 곳은 없지만, 여러 접점이 만나는 곳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와 결이 맞는 도시를 찾아 나섰다.




좋아하는 분위기를 가진 지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 곳.

마음에 드는 학교가 있는 곳.

양가에 가기 적당한 거리 혹은 교통수단이 있는 곳




먼저 농촌 지원 혜택들을 찾아보다가, 시골 유학을 알게 되었다. 전남, 전북, 경남, 충북, 강원도까지. 학교 이름을 적어 내려가다가 다이어리 한 페이지가 가득 찼다. 쓸 곳이 없어 해당 지역에 글씨들을 구겨 넣었다. ‘아…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못 정하겠어!!’




"근데, 뭐 해 먹고살지?....."



동시에 다른 고민도 깊어졌다. 퇴사에 마음을 굳히고, 틈틈이 지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지만, 직업의 종류는 한정적이고, 연봉도 현저히 낮았다. 농업 교육을 찾아보고 지원할까도 생각해봤지만, 뜻이 없다면 섣불리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다시 눌러앉을만한 이유 백 만개가 그려졌다. 아니지, 그렇다고 주저앉는다면 더 중요한 건강과 관계를 놓치게 될 것 같았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보다,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생기고 위안이 되었다. 최재천 교수님의 ‘인생 이모작’처럼. 길어진 수명으로 한 가지 직업만으로 살 수 없는 시대이니,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해보자고 어깨를 토닥였다.



“2년 정도는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고 싶어!”



인생에서 좋아하는 일, 꿈에 대해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걸까? 100세 시대에서 이제 절반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괜찮다. 나는 남편의 도전 정신과 성실함을 믿으니까.




‘“좀 더 심플하게, 생각해보자!!”



여행을 떠나듯이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지역,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의 지역은 어디일까? 남편의 픽은 제주도와 강원도였다. 두 곳 모두 내가 좋아하지만, 제주도는 친정에 올라오기가 힘든 곳이어서 망설여졌고, 시댁에 가려면 어느 쪽이든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럼, 강원도 어때?”



강원도에는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혜택이 있는 학교들이 많았다. 홍천, 평창을 시작으로 고성, 양양까지. 산과 바다 모두 좋아하는 남편과는 달리, 탁 트인 바다가 나는 더 좋았다. 그리고 즐거운 여행의 기억이 있는 속초와 강릉도 있었지만, 그 사이의 조용하고 한적한, 양양으로 우리는 마음이 기울었다. 마침 마음에 드는 학교를 발견했고, 해당 주소지에 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토요일 아침, 우리는 양양으로 달려갔다.












"우리 강원도로 이사 가요"



퇴사를 마음먹고 이사를 결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주. 갑작스러운 소식에 모두들 놀라워했지만. 14일이라는 숫자 아래, 10년 동안 쌓아놓은 묵직한 고민들이 있었다. 두부처럼 우유부단 나 같은 사람이 움직였다. 무모함은 곧 절박함이기도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내가 살던 곳이랑 비슷한 점이 많네”


이사오고 캠핑을 떠나던 날, 남편이 말했다.

분명 500km는 떨어져 있는 다른 지역인데.

마음이 끌리는 곳에는 이유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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