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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머차차 Apr 13. 2024

지금, 텃밭

자꾸 다른 텃밭이 보인다

요즘...

자꾸 다른 텃밭이 보인다.



이랑 고랑이 예쁘장하게 반듯반듯 만들어진 텃밭


내가 생각지 못한 신기한 텃밭부터

내 텃밭보다 작은 쌈채소가 있었는데

부쩍 잘 자라 있는 텃밭을 바라보면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속 좁은) 날 자꾸 마주하게 된다.


어느덧 나이가 앞자리가 바뀌고 


이제는 앞머리를 잘라도 

20대로 보일 수 없는 나이가 나에게도 와버렸다. 


그러면서 자꾸 현타도 따라온다.


주변에 하나씩 결실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게 자산 형성이 될 수도 있고
(역시 믿고 보는 아파트와
 거주지를 갈아타는 사자의 심장들 크~)


직장 네이밍과 

그 속에서의 위치와 연봉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아이의 성장이 될 수도 있겠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들의 결과를 

아니 결과만을 보려 한다.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을까?

얼마나 열심히 앞을 보며 살아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이 부딪히고 
쫄려도 

도전해 봤을까.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나는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나는 


'이제 와서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어느덧 내 나이를 보며 스스로를 제한하고 

처한 상황만을 보고 단정하고 있는 건 아닐까.


텃밭이야 맘에 안 들면 갈아엎으면 그만이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데


나의 나이는 

나의 상황은

나의 인생은

그렇게 쉽게 갈아엎어지지 않는다. 

(마음을 먹기 전에 스스로 싹을 잘라내기도 하고)

 

그래서 텃밭이 당첨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텃밭을 일구며 

매일 나가서 햇볕을 쐬고
(나, 기미 주근깨만 조심하자)

 

찰방찰방 거리는 물을 담아 모종들에게 흠뻑 주며

조금씩 자라는 내 모종에게 응원도 하며


나를 비워내고 씻어내는 과정을 보내라고 하는 게 아닐까.


텃밭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타인의 텃밭에서

내 텃밭으로


시선과 마음이 이동하는 과정을 해보면

오늘의 나보다는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올해는 

내 텃밭을 사랑하는 연습을 

많이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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