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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영 Jun 21. 2021

존경하는 모모에게

소설  <자기 앞의 생>  서평

‘과연 영화 <소울>의 주인공인 조는 지구 통행권을 얻고 지구에 가서 행복할 수 있을까?’


카페에 앉아 <자기 앞의 생> 마지막 장을 펴놓은 채 청승맞게 눈물을 닦다 문득 조가 떠올랐다. 최근 내게 새로운 자극을 준 영화여서 생각난 듯하다. 그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겨준 이 책을 읽고 나서 변덕스럽게도 해피엔딩일 거라 예상했던 영화의 결말을 의심해보았다.


조가 일상을 즐기는 법을 깨달은 건 맞다. 나 역시 그를 보고 직업이나 목표에 해당하는 스파크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책의 주인공인 14살 모모는 내면의 스파크를 고민할 틈이 없는 아이였다.


창녀의 자식으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늙은 포주의 손에 길러진 모모에게 불꽃 같은 자아는 다른 이들의 것이었다.돌이켜보니 <소울>의 세계관은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평범’ 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대다수다.


삶이 평범하지 않다고 사랑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힘든 삶에 없어선 안 되는 게 사랑이다. 모모의 세상은 로자 아줌마가 전부였다. 장면을 다시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는 비디오를 보고 가장 먼저 로자 아줌마를 떠올린다. 로자 아줌마 대신 그녀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해준다. 그녀의 인생도 비디오 테이프처럼 처음으로 돌려주고 싶어한다. 자연의 법칙 때문에 같이 발맞춰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한다.


모모를 보다보면 병든 아내를 보듬어주는 남편의 모습이 자꾸 겹쳐보인다. 나이라는 색안경을 지우고 둘의 관계를 바라볼 때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저는 연민으로 잘 못 움직여요,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존경심이고 감탄이에요.”


좋아하는 작가님이 하신 말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이 말을 듣고 많이 공감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보고도 울지 않아 친구들에게 냉혈한이란 소릴 들은 내가 이 책을 읽고 왜 펑펑 울었을까.


생각해보니 존경심이었다. 14살 된 이 어린아이는 아흔 살이 되어도 경험하지 못할 사랑을 겪었다. 마지막에 모모가 로자 아줌마의 곁을 지킨 그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의 사랑은 위대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것이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모가 불쌍하지 않다. 그의 인생은 로자 아줌마로 인해 풍요로워지고 서로가 나눈 애틋한 감정만으로도 가치 있음을 증명받기 때문이다.


하밀 할아버지는 모모에게 사람이 사랑 없인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조는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우지만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지구로 돌아가는 조는 사랑하는 사람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인생을 살 기회를 얻은 조에게 사랑이란 또다른 세계를 보여줄 누군가가 나타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조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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