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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Nov 24. 2020

세상에 혼자 남겨진다는 것.

엄마와 나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는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괜찮다고 했지만, 느낌이란 속일 수 없는 일.. 엄마는 항상 ‘괜찮다’고 하신다. 발목을 삐끗하여 다니지 못해도 ‘괜찮다’, 어디가 아파도 ‘괜찮다’ 그렇기에 엄마의 ‘괜찮다’는 말을 믿지 않지만, 반대로 항상 듣는 말이여서인지 어쩔 때는 나의 판단으로 그냥 ‘괜찮다’를 받아들이고 다른 때는 ‘괜찮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의 ‘괜찮다’는 뭔가 다르다.  


집으로 간 나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이 새하얘진 엄마의 얼굴...

엄마는 운동하는 길에 중학생들과 부딪쳐 넘어졌는데 그 뒤로 머리가 아프시다는 것!

특히, 머리가 아프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머리가 아픈 것은 단순히 머리가 아픈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닌 뇌졸중, 뇌경색 등등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도 머리가 아파 고생하셨다가 나아지셨는데 그때 검사 안 한 게 항상 후회가 되었다. 더욱이 엄마 쪽은 가족력도 있기에 외할머님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돌아가셨다. 70살이 넘도록 일을 계속하는 엄마. 그만두라고 해도 엄마는 일을 그만두시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뿐이 없는 딸에게 짐이 되기 싫기 때문이었다. 그런 맘을 너무도 잘 알기에 가슴이 더 아프다. 우리의 유일한 피붙이는 엄마와 나 단 둘. 물론 나는 남편도 있고 아들과 딸도 있지만, 왠지 엄마가 없는 세상에 혼자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체할 수 없는 외로움이 다가왔다.  

모든 사람들이 마지막엔 혼자이지만, 그 혼자가 됨을 두려워하며 지냈던 사람들과 막연히 느끼는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는 법. 출산도 처음엔 멋모르고 했다가 두 번째 출산에서는 첫 번째 출산의 고통을 알기에 더 두려운 것처럼 말이다.


이번엔 작정하고 엄마에게 검사를 받게 할 생각이다.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이 상황에서 나는, 막연한 두려움이 내 마음속에 밀려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마치 엄마를 잃을 것만 같은 어린아이처럼 나는 눈물을 흘리며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쌓이고 있었다. 마음이 단단해졌을 거라 생각한 나의 생각은 도 산산이 조각이 되어버렸고, 세상에 혼자가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냥 어린아이처럼 엄마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어린아이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며칠이 지난 후, 엄마는 차츰 회복해가기 시작하셨다. 휴~다행이다.  


그리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나중에 엄마도 떠나고, 남편도 떠나고, 아이들도 각자 자기 길을 간다면 정말 나는 혼자가 되겠구나. 그때의 느낌은 어떨까? 외로움... 외로움은 나이가 먹든, 젊든, 똑같은 것 같다. 나이가 아직 젊기에 노년을 생각하지 않은 나였지만, 아이들이 자라매 나의 노년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 생각할수록 두렵다.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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