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아, 꼭 행복해라. 친구 어머니가 말씀 하셨다.
나는 영혼이 육신을 떠나간 친구를 마주 했었다. 그 친구의 몸을 보러 병원으로 달려갔었지.
이미 온기를 잃고 굳어버린 손을 잡으면서도 무서워 했던 것 같다. 슬프고 무서웠고 동시에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마음 같아선 끌어안고 울고 싶었는데 내 눈앞에 보이는 너무나 작고 말라버린 이 몸은 내 친구가 맞는지도 실감이 안 났었기 때문에
친구는 키 170cm에 늘씬하고 몸매 좋기로 워낙에 유명했었다. 예쁘고 맑고 깨끗한 치아로 해사하게 웃는 니 얼굴도 말이지
그리고는 입관을 준비할 때, 하얀 삼베에 쌓인 친구를 마주 했었다. 친구가 그 모습을 우리가 보기를 절대 원하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잠시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도 고집을 부렸다. 니 곁에 있겠다고
투박한 남자 장의사 손으로 얼룩덜룩하게 화장해놓은 친구 얼굴을 보면서 차라리 우리가 화장해줄 걸, 소리도 했다. 최현지 보면 진짜 열 받겠다, 울면서 웃었었고. 하얀 삼베옷, 영화나 드라마 아니면 볼 일도 없는 그 길고 치렁한 옷을 내 친구가 입고 있었다. 곁에 있던 친구가 현지의 얼굴을 하도 쓰다듬었더니, 장의사가 그랬다. 이마 쓰다듬지 마세요, 고인이 눈을 뜰 수도 있습니다. 라고
니 힘으로 눈커풀도 못 닫는다는게 믿겨지지가 않아서 사지가 꽁꽁 끈으로 묶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정말, 정말, 정말 많이 울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얼굴을 삼베로 쌀 때는 살면서 그렇게 오열해 본 적이 있었나 싶게, 자리에 있던 모두가 사지가 풀리듯이 오열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장의사가 시키는대로 제사상에 대고 강당 같은 곳에서 실컷 절을 다 하고 났더니, 테이블 아래 천을 걷었는데 그 아래에 버스 타기 직전의 친구 관이 보였다. 거기 있던 모두가 어렸다. 장례식을 온전히 겪어본 적이 없었을테니, 같은 공간 / 관 속에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너무나 놀라, 비명치듯 울었었지. 화장터에서는 8월 한여름 뙤약볕아래, 모든게 어질어질했다. 숨 막히는 더위에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현실감이 없었는데 다 타고 남은 재 속에 친구의 하얗고 뽀얀 허벅지뼈가 남았다. 젊은 사람의 건강한 뼈는 이렇듯 거센 화장터 열기에서도 다 타지 않고 남기도 한다고 하셨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여전히 어제 일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도 살다보면 먼저 떠나간 사람의 얼굴도 목소리도 다 가물가물해진다고 하는데 어느 하나 잊고 싶지가 않기에
우리는 너를 자꾸 떠올리고 생각나면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서로의 건강을 챙긴다.
벌써 친구가 간지 7년째다. 기일날, 친구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더니
‘민정아, 꼭 행복해라’ 그러셨다. 눈물이 푹 터졌었는데 같은 날 8월 4일,
다같이 손꼽아 기다리던 소중한 친구의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다.
이렇게 슬프고 괴로웠던 일들 위로 귀하고 소중하고 기쁜 일들이 겹쳐진다.
세상 사는게 이런 게 아닌가 싶다.
그래, 꼭 행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