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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Jan 11. 2022

아이 오줌통을 붙잡고 울어본 적 있나요?

나도 몰랐다.


천 기저귀로 남편과 도련님을 길러 낸 시어머니께서는 손자가 왜 이렇게 기저귀를 오래 차고 있는지 궁금해 하셨다. 천 기저귀를 쓸 때는 아이들이 대소변에 불편함을 많이 느껴 돌 전후면 변기 사용을 시작하게 되는데 요즘의 아이들은 워낙에 기저귀가 잘 나오니 불편함을 못 느껴 기저귀 떼는 시간이 대체적으로 많이 늦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용변 훈련할 때, 천기저귀를 일부러 사용하는 엄마들도 많다고 들었다.

요즘은 보통 두돌 전후로 대소변 가리기를 가르치기 시작하는데 신기하게도 각자 뗄 무렵이 되면 아이들이 시그널을 보낸다고 한다. 소호는 그게 22-23개월 정도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였고 그 무렵 아침마다 기저귀를 벗고 용변을 보려고 했다. 그때 몇번인가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주기는 했지만 호텔에서 대소변 가리는 것을 가르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어영부영 아이가 보내는 시그널을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고

늦으면 천천히 떼지 뭐, 하고서는 2-3개월을 흘려 보냈다. 그리고 이틀전부터 아이 어린이집에서 대소변 가리기 수업이 시작된다고 하셨는데 이틀 내내 소호가 절대 유아용 변기에 앉지 않더라고 했다.

싫어하면 굳이 억지로 시켜서 나쁜 기억을 심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하셔서 우리도 그게 좋다고 말씀드린 상태였다. 왜 앉는 걸 싫어할까 생각해보니, 딱히 뭔가를 가르치진 않았고 오빠에게 화장실에 데려가 소변 보는 방법을 보여주라고 했었다. 

아빠와 자기에게만 있는 무언가를 인지하고 있는 아이에게 아빠가 보여준 방법이랑은 다른 것을 시키니 앉기가 싫었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오늘 아빠랑 놀다 온 아이 기저귀를 잠시 벗겨 놨더니, 갑자기 우리를 부른다.

“엄마 소호 변기에 쉬 했어요” 하고

달려 갔더니 서서 유아용 변기에 쉬를 하느라 여기저기 튀어 있긴 했는데 아빠가 보여준 방법을 기억하고 서서 소변을 본 것. 

우리는 세심하게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해 나가는 아들이 정말 정말 너무 신기해서 눈물이 펑펑 났다. 울면서 웃으면서 아이를 안고 잘 했다고 칭찬해 줬다. (그리고는 따라 다니면서 닦을 엄두가 안나 다시 기저귀를 채웠는데, 이럴 땐 하루종일 벗겨 놓나요? 육아 고수님들?)

애 키우면서 정말 내가 상상도 못했던 나의 모습을 매일 마주하지만 애 쉬한 걸 보면서 울게 되리라곤 예상도 못 했다.

몇 주 전, 친구들이랑 풀빌라로 여행을 갔을 때

수영을 하다 말고 '아 둘 다 보고싶다!' 했더니 친구 하나가 '오 이런 데 나오면 생각이 나는 구나', 그랬다.

사실 그 때 보고싶다 말한 건 우리 남편과 아들이 아니라 함께 오지 못한 친구 둘을 이야기 한 거 였지만

아이를 두고 나온 엄마의 마음을 전혀 짐작을 못 하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아이가 없을 땐 그랬겠지, 싶어지니 웃음이 나왔다.

후후 조금만 기다려 보거라, 너희에게도 놀라운 세계가 펼쳐 질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웃고 말았다 

말하지 않아도 다 겪게 될 테니

어느 아이건 부모에게는 빛이고 사랑이고

목숨 같다는 것을 

그래서 이렇게 알아서 용변을 봤다는 거 하나 마저도 깜짝 놀라 울며 웃으며 기록하게 된다는 것을

곧 알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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