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가 났을 때 언성을 높이며 내 안에 있는 화를 모두 끄집어내는 스타일이다.
물론 화가 날 때마다 그렇지는 않다.
나름 참기도 하고 잘 풀어보려고 얘기도 한다.
하지만 몇 번의 참음이 반복되면 결국 화가 폭발을 하고 마는데
폭발보다 더 문제는 일단 터지면 멈추지 못하고 점점 더 고조가 된다는 데 있다.
처음엔
"내가 좀 이런 부분에서 화가 나려고 하는데..."
로 점잖게 시작했다가
말하기 시작하면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화가 났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있던 화가 크게 부풀어진다.
언성을 높이다 '와~지금 엄청나게 화가 났다'
나 스스로 느끼면서 멈춰야 함을 직감하지만
이미 이성은 없어진 지 오래고 이때부터는 정말 화가 소진될 때까지
끝까지 타고 없어질 기세로 소리를 질러댄다.
이런 내 모습이 정말 싫다.
하고 싶지도 않고
하고 있으면서도 멈추고 싶다.
이런 끔찍한 화냄을 아이한테 해버린 날에는 정말 인간쓰레기가 된 거 같은 기분에
정말 착잡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죄책감과 회의감과 자괴감으로
괴롭기 그지없다.
그러다가 깊이 생각해 본다.
나는 어느 포인트에서 왜 이렇게 화를 내게 되는 걸까?
그 포인트를 안다면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찬찬히 돌이켜 보면
나는 나의 노력이 먹히지 않을 때 화가 나는 것 같다.
내가 불편했지만, 힘들었지만, 싫었지만
그래도 상대를 위해서
나의 감정은 1차적으로 참고
대처 방안을 세우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을 2~3번 했는데도 먹히지 않고 상대가 그대로라면
나는 여지없이 화를 내고 있다.
나의 화남의 저 밑바닥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넌 아직 그런다고?"
하는 배신감과 분노가 깔려있다.
나의 선의와 배려가 묵살돼버린 느낌.
나의 노력과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
나는 화를 낸다.
어쩌면 좌절을 할 때
나는 화를 내는 건가 싶다.
왜 그러는 걸까?
나는 좌절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서?
아님 나의 좌절과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어찌 됐건
나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 때
좌절했으면,
그래서 힘들다면
그래서 속상했다면
그걸 받아들일 줄 알고
다음을 기약할 일이다.
그리고 내가 노력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쉽게 가져서는 안 된다.
상대의 변화는 상대의 몫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내가 계획한 대로 내가 원한대로 흘러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다름을 인정하는 연습부터 해보자
내 생각과 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나의 목표와 너의 목표는 다를 수 있다.
나의 반응과 너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다.
우선 이것부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