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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Mar 17. 2023

정명석, 이 놈을 도대체 어찌해야 할까요?

현직 목사가 보는 JMS 정명석 사건의 근본 원인

요즘 가뜩이나 뉴스 기사 보기 싫은데 더욱 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최근 넷플렉스의 ‘나는 신이다’ 관련한

JMS 정명석에 관한 기사때문입니다


JMS는 10년 전에도 한 번 크게 기사화가 된 적 있고 

원래  그런 놈이니 처음에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매일 관련 기사가 쏟아지니 

관심을 안 가질 수 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관련 뉴스를 한 편 두 편 살펴보다 

급기야는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뭐 이런 씨부럴 놈이 다 있어?”


밤에 잠을 자다 가도 뜬금없이 

뉴스 기사 생각이 나서 

이불 킥을 하고 일어나 앉기도 합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성전을 뒤업으실  때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매일 성경 읽고 기도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설교하는 목사가 이 정도인데 

평상시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욕도 하는 

일반 사람들은 어떨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거의 저와 동일한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동소이합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접했다가

다음에는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분노의 대상은 당연히 사이비 종교와 그 교주입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문제입니다

사이비 종교와 교주에 대한 분노가 계속되다 보면

이제는 그 종교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동일한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아니 도대체 어떤 놈들이 그런 종교를 믿는단 말인가?

도대체 제정신인가?

미친 거 아닌가?


교주도 나쁘지만 

거기에 놀아나는 신자들도 다 나쁜 놈들이야

이렇게 말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자들이 불쌍하기보다는 

한심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왜 빠지게 되었을까?


신도 중에는 대학 교수도 있고

명문대 학생들도 많고

심지어는 검사도, 국정원 직원도 있다던데…

어떻게 이런 엘리트들이 이런 한심한 종교에 빠질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걸까요?


그런데 사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본다면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이단 사이비에 빠지는 현상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도 

이단 사이비에 의한 피해는 

인류 역사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습니다


비단, 이단 사이비에 의한 피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정통 종교라고 일컫는 

종교 자체에 의한 피해 또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일례로 어떤 역사학자의 말에 의하면


인류역사상 일어난 

모든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의 수보다

종교 때문에 희생당한 사람의 수가 

훨씬 더 많다고 할 정도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는 

종교 문제로 인한 살육이 벌어지고 있기에

이는 별로 놀라운 사실도 아닙니다 




천주교를 비롯한 기독교 이슬람교 등 

대부분의 종교는 

선과 악을 극명히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체계에 기반한

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예수 천국과 불신 지옥을 이야기하고..

천주교는 거기에 연옥이란 개념도 더합니다

이슬람은 70명의 미녀들이 수발하는 천국이 있다 하고

불교는 서방정토와 극락왕생을 이야기합니다


한 마디로 착한 사람은 천국이나 극락에 가고

악한 사람은 지옥 떨어져 

끝없는 고통을 받는다고 가르칩니다


물론 착하다는 것이 어떤 것이냐 하는 각론에 들어가면

각 종교마다 답은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최소한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해 놓아야만 

비로소 종교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일단 어떤 것이 선이고 

어떻게 해야 구원받는다 라는 교리가 확립되면 

그 교리를 따르는 자와 따르지 않는 자,

동의하는 자와 동의하지 않는 자가 

쉽게 구분이 됩니다


당연히 선한 쪽은 우리이고

나쁜 쪽은 상대편입니다


그리고 선에 속한 우리는  

악을 징벌할 거룩한 명분을 가지게 됩니다 


착한 우리가 나쁜 너희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박멸할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싸움이 벌어지고

싸움에서 이길 땐 하나님의 영광이 되는 것이고

지게 될 땐 거룩한 희생과 순교가 됩니다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로 인한 

모든 핍박과 박해는 

단지 영광스러운 훈장을 위한 

거름일 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선과 악,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을 

선명하게 구분하는 

교리의 강조에 의해서 가능해집니다



예전에 제가 sns에 

‘교리는 진리가 아니다’ 

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글에 대한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어떻게 목사가 그런 글을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이단 목사 아니냐는 말도 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목사직을 걸고 명백히 말씀드리지만

‘교리 자체는 진리가 아닙니다’


교리는 각 교단마다 가지는 하나의 신학 이론에 불과합니다

진리 자체는 그 어떤 교리로도 완벽하게 정리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급 종교일수록 다른 교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습니다

기독교만 해도 서로 입장이 다른 수많은 교단과 교파가 있고

각기 자신의 교리가 옳다고 주장하지만 

서로를 이단 사이비라 칭하지는 않습니다 


저급하고 하등 한 종교일수록.. 이해의 폭이 좁아지게 되고

급기야 이단 사이비로 가면 

아예 자기네 교리만이 진리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사실 교리는

사람들이 일반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그리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교리에 대해서 가르치신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성경의 모든 가르침은 단지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이웃을 사랑하라’

 라는 단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데에는

성육신 이라든지, 삼위일체라든지 

이러한 교리 같은 것은 별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 

갖가지 이단 사이비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현재의 종교 제도, 종교 시스템이 

성경 공부라는 명분아래 

교리 공부를 먼저 시키고


‘서로 사랑하라’라는 예수님의 메시지보다  

정통과 이단을 구분하는 교리적 가르침을 

더 우선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상황은 무엇이냐면

이단을 조심시키기 위한 제도 종교의 

교리 공부의 강조는


역시 동일한 논리와 잣대로

정통 교단을 이단 사이비라 칭하는 

사이비 교단의 강력한 무기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더욱 강력하게 

자신들의 교리를 진리인양 가르치며

진리에 복종하듯 

무조건 교리에 복종하게 만듭니다

이게 바로 이단 사이비의 무서운 점입니다


성경공부와 교리 공부를 동일시하고

그 교리가 마치 절대 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가르치는 

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예수님은 한 번도 성육신, 기독론, 예정론, 칭의론 

뭐 이런 교리를 가르치신 적이 없습니다

교리는 후대에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합니다


교리는 하나의 이론과 같아서 

교단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참다운 예수의 제자들이라면

교리에 메여 서로를 판단하고 정죄할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에 집중해야 합니다


교리를 마치 진리인양 

교리를 믿으면 구원받고 

교리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미혹하는 것은 이단 사이비나 하는 짓입니다


신문 기사를 읽으며 분통 터지는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정명석 이 씨부럴 놈이 하는 짓거리가 바로 이러합니다


사람들은 검사나 변호사, 엘리트 대학생들이 

어떻게 그런 조잡한, 

초등학교밖에 못 나온 놈이 하는 

유치한 설교에 빠질 수 있느냐고 의아해 하지만


반 JMS 운동을 해온 김도형 교수에 의하면

그들이 처음부터 설교를 듣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인간적으로 친절하게 다가온다고 합니다

마치 세상에 나보다 더 귀한 사람 없는 것처럼 대해주기도 하고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해 주고 도와주고 그런답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열리면 그때부터는 

교회 나가서 성경공부 같이 해보자고

제의한답니다


세상에 그런 좋은 사람이 성경 공부 하자는데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성경 공부란 

바로 교리 공부입니다


메시아가 성육신 하여 이 땅에 내려와 

인간의 모든 추잡한 죄를 대신해서

희생당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셨다

이 사실을 믿기만 하면 누구든지 구원받는다


정통 기독교 교리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교리를 진리처럼 가르치며

자신의 교리를 믿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다고 세뇌시킵니다


정명석의 미천한 태생은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의 미천한 탄생과 비견되고


정명석의 초라한 학력은 

목수일을 하신 예수님의 초라함에 견주어 더욱 빛을 발합니다


성육신하신 예수님을 신랑처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은

인간의 몸을 입고 성육신한 정명석을 

실제 인간처럼 육체적으로 사랑하라는 교리로 발전합니다


선악과의 타락은 남녀의 성관계를 뜻하는 것이고

진정한 구원은 하나님이신 정명석과의 

성관계를 통해서 회복될 수 있다고 가르친답니다


이 모두 다 성경에 쓰인 근거 있는 말씀드리고

이를 종교적인 권위와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으로 믿을 만한 사람들이 들이미는데

넘어가지 않을 사람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신앙은 교리 공부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성경 공부’라는 말을 하는데

사실 이 말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말입니다


물론 성경이 어떤 책인지 

성경에 어떤 내용이 쓰여 있는지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경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지


마치 초중고생이 교과서 공부하듯 

공부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목사로서 성경을 알고 싶다는 사람에게 

웬만해서 교리 공부부터 먼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교리를 가르치는 게 목사의 일인데 

그게 목사가 할 소리냐고 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정말입니다 


특히나 처음으로 기독교를 접하시는 분들께는 

더욱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성경에 대해, 

혹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면


성경을 공부하려 들지 말고

우선 성경을 마치 유명한 고전 문학 작품 읽듯이 

먼저 읽어 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우리가 어렵더라도 

훌륭한 인격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 

필독서로  고전을 읽어야만 하듯이


성경 또한 반드시 읽어내야 하는 책입니다

뛰어난 고전이 마음속에 어떤 울림과 깨우침을 주듯 

성경을 읽고 난 후 스스로 느끼게 되는 

어떤 감정을 먼저 느껴야 합니다


그러한 감명 속에서 

자신이 믿고 싶고 

따르고 싶은 바를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예수님을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하는 

숭배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2000년 전 

자칭 타칭 

하나님이라 여겨졌던 한 사나이가 

역사 속에서 어떤 생애를 살았고 

어떤 가르침을 주었으며

어떤 삶을 살았기에 


오늘날까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를 하나님이라 추앙하며 따르는가

를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성경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깊이 공감하고 

그러부터 오는 감동을 스스로 느껴야 하는 책입니다 


교리 공부는 그런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니, 

바로 그때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신앙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것을 

법을 지키듯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동의하고 

기꺼이 순종하는 것입니다





교리부터 먼저 공부한 사람은 

비단 이단 사이비가 아니라 할지라도

우선 배타적이 되기 쉽습니다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정확한 교리를 먼저 따지는 사람들 치고 

다른 사람의 종교나 다른 교단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하고 품으려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정확한 교리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일단 그른 것을 가려내고 배척하겠다는

암묵적인 의지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해 없기 바랍니다

저는 지금 교리 공부가 필요 없다거나

교리 공부를 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교리 공부의 용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교리 공부는 자신의 신앙적 행위를 뒤돌아 보고

정리하고 체계화하여 

신앙에 대한 보다 깊은 확신을 가지기 위한 용도입니다


뭐 다른 용도도 있겠지만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닌 이상

일반인으로서 교리공부를 하는 이유는 

아마 그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몇 페이지 하지 않는 신약 성경조차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이 

처음부터 교리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성경을 스스로 읽기 전에 

처음부터 교리를 공부하게 되면 

교리라는 틀 안에서 성경의 모든 메시지를 해석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성경의 메시지가 

얼마든지 그 교단의 입맛에 맞는 대로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교단의 교리에 맞지 않는 구절은 

그저 난해구절이라는 표지를 해놓고

하나님의 말씀이니 그저 

믿음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조하게 됩니다


어떠한 이의 제기도 ‘믿음 없음’으로 간주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히 교리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아야 하는’ 

진리가 되어갑니다


정통 교단이야 그래도 공공연하게 성폭행까지 갈 일은 별로 없지만

(물론 정통교단에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얼마든지 성범죄가

가능하고 실제로 많이 이루어진 것은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아무튼 이렇게 정통 교단이 깔아놓은 

‘교리가 곧 진리’라는 앞마당에서

이단 사이비는 활개를 칠 수밖에 없습니다


밖에서 아무리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어도

교리가 진리라고 배운 이상

자신의 교주는 단지 모함받고 희생당하는 어린양이라고 주장하면 그만입니다


교리의 진위를 판단해 줄 수 있는 권위는 어디에도 없기에

괜히 다른 사람 말에 귀 기울였다가 

행여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은 

그 누구도 해소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종교 시스템 속에서 

 이단 사이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근거입니다 


이단 사이비는 교주 한 두 명을 구속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제도 종교 자체의 구조적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종교와 관련하여 부와 권력이 모일 수 없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겨 놓고

생선을 훔쳐 먹었다고 고양이를 나무란다면

과연 누가 잘못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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