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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Oct 22. 2023

무한 재석교

내가 너희를 웃게 하리라

혹시 무한재석교를 아십니까?

무한재석교는 

'내가 너희를 웃게 하리라'라는 말씀아래


유느님이라 불리는 유재석 씨를 정점으로 하여 

개그맨 박명수 씨를 교구장으로 ,

하하 씨와 노홍철 씨를 비롯한 수많은 시청자들을 

열렬한 성도로 거느리고 있는 

일종의  패러디 종교입니다


무한 재석교 신도의 집회 날은

 대표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방영시간인 

매주 토요일 저녁 6시 30분이었는데

신도라면 본방사수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의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2018년 3월 31일을 끝으로 

종영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유재석 씨가 진행하는 다른 프로그램인 

런닝맨이라든지, 유퀴즈, 놀면 뭐 하니 등을 

시청하며 자유롭게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무한재석교의 교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오로지 시청자들에 대한 헌신을 최우선으로 삼아

시청자들을 웃게 하는 것,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교리의 근간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무한 재석교의 복음서인 

재석복음 10장 8절에 보면


유느님께서 물으시길

 "우리(희극인)에게 있어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하고 물으시니 

이에 홍철, 형돈을 비롯한 제자들이 '먹고 마시는 음주가무 아닙니까' 하고 대답하자

유느님 가라사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은 

바로 시청자 여러분께서 깔깔 웃으시는 것"이라 하시더라.

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편 유재석 씨는 함께 진행하는 멤버들을 잘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또한 재석복음 11장 6절에


제자들 중 정형돈이 예능에 적응하지 못하여 

이를 유느님께 불평하니 

"스타는 아무나 되지 않는다" 라며 형돈을 꾸짖더라. 

이에 마음 상한 형돈을 뒤로하며 

유느님이 나지막이 말씀하시길 

"그러나 네가 그 스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시니 

이 말씀이 그에게 큰 감동이 되었도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저는 주로  유튜브를 통해 한국 방송을 시청하곤 합니다


유튜브 동영상은 저처럼 오락프로그램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딱 좋은 플랫폼인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의 K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인데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연예인을 꼽으라면 ㅡ아마도 유재석 씨가 아닐까 합니다 

저희 집 막내가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유재석 씨 한 번 만나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유재석 씨의 인기는 정말 남녀노소와 국적을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웃집 동생 같은 친근한 캐릭터로 편하고 유쾌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재석 씨의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인가  그런 유재석 씨의 캐릭터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유재석 씨가 유느님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된 뒤부터입니다


아무리 코미디이고  아무리 패러디라 하지만

하나님이란 명칭을 우스갯소리로, 

코미디의 소재로 사람에게 별명처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목사인 저에겐 왠지 꺼림칙했기 때문입니다


몇 번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이후 몇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그러는 것을 보고 한 번은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깨우침 같은 것을 얻게 되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 합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워낙에 남의 평가와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직업인지라 안티가 없기란 참 힘듭니다

아무리 잘생기고 연기 잘하고 심성이 착하다 하더라도 한쪽 구석에선 반드시 이를 시기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고


특히나 요즘처럼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누구나가 아무런 제재 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그런데  유재석 씨 같은 경우 안티가 없는 연예인을 꼽으라면  언제나 1순위로 언급되곤 합니다


신기하게도 10년을 넘게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비방하거나 악플을 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한 번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니 결과는  어느 정도 제가 예상한 이유였습니다


유재석 씨와 관련된 거의 모든 뉴스 기사는 그의 미담과 성품, 리더십 겸손에 관한 것이고 파고 파도 끝없이 나오는 미담 때문에 심지어 그를 ‘미담 제조기’라고 까지 부르고 있었습니다


유재석 씨를 감히 하나님과 비견되는 유느님으로 부르게 된 계기는 2010년 첫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재석 씨는 MBC에서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었는데 두 프로그램 모두 팀원들과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포맷이었고


유재석 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메인 MC로 활약하며 특유의 유머와 개그 센스, 그리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프로그램을 인기 정상에 올려놓는데 뛰어난 활약을 합니다


공식적인 기록만 보더라도 유재석 씨는 한국갤럽의 '올해를 빛낸 예능 방송인·코미디언'에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딱 두 해를 제외하고 전부 30~50% 이상의 지지도로 1위를 차지했으며, 


5년 주기로 조사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예능 방송인·코미디언'에서도  2014년 23%, 2019년 29%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수치로 볼 때 2위 예능인들과 거의 2~3배 이상의 차이로 예능계에서 압도적인 일인자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재석 씨가 하는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층이 젊은 층이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전 세대에서 40~5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독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유재석 씨는 굳이 예능인과 배우, 가수 등을 구분할 것도 없이 연예계 전체를 통틀어서 압도적인  1위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 그가  사생활 또한 바른생활 사나이로 불릴 만큼 철저해서 동료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그에 대한 신뢰가 대단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보면 유재석 씨가 유느님이라 불리는 까닭은


맡은 프로그램마다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그가


따뜻한 마음으로 멤버들을 챙기고 또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그들과 함께 성공하기 위하여 진심으로 노력하니


누구든지 그와 함께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마치 신도가 교주를 따르듯이 그를 믿고 따르기 때문에 유느님이라 불린다고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생각해 본다면  한낱 연예인의 성공 스토리에 어떤 깊은 깨우침이 있겠는가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오늘 제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명 연예인의 성공 비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유재석 씨의 성공 이면에 깔려있는


그가 한결같은 모습으로  

일관되게 보여주는 

시청자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유재석 씨를 '유느님'이라 부르며 그를 칭송하지만


제가 보기엔 정작 유재석 씨는 시청자를 하나님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유재석 씨는 공공연하게 프로그램의 최우선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하고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하여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무한히 도전할 자세를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특별히 강조해 드리고 싶은 부분은 유재석 씨가 시청자를 하나님처럼 여긴다라고 했을 때  그가 생각하는 하나님이란  


성경에서 말하는 '아바 아버지', 즉 아빠 같은 하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이는 유재석 씨의 모습은 언제나 시청률이나 시청자의  반응 같은  어떤 수치나 성과를 염두에 두고 그 결과를 두려워하여 무조건적으로 시청자를 하나님처럼 섬기는 모습이 아니라


비록 시청자가 주는 미션을  마치 하나님의 명령처럼 여기며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미션 실패에 두려워하거나 마치 율법 지키듯 미션을 수행하려 들지 않고


비록 고생스럽더라도  함께 즐거워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온전히 누리는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제가 보기엔

유재석 씨에게 있어서 

미션을 성공하고 실패하고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바꿔 말씀드리면

유재석 씨에게 시청자의 존재란 

비록 하나님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러나 그에게 그 하나님이란 

실패하면 악플이나 쏟아붓고

철저히 외면해 버리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어리광도 부릴 수 있고 

때로는 떼도 쓰며

무슨 짓을 하든 용서해 주고

함께 기뻐하고 공감해 주는 

아빠와 같은 존재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이전에도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섬겨 왔습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했으며

하나님은 언제나 그들의 삶 가운데  최우선 순위였습니다


심지어는 전쟁 중에라도 그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지켰습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로마군대가 유대를 멸망시킬 때

유대인들의 격렬한 반항에 손을 쓰지 못하다가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기 위해

안식일에는 무기를 손에 쥐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일부러 안식일에 유대인을 습격했고

이때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범하느니 차라리 

로마 군인의 칼에 죽는 것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들의 신앙은 진실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예수님은 

그 유대인의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잘못된 사랑임을 지적하셨습니다


유대인들의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주인에 대한 종의 충성된 마음 같은 것이었다면


예수님이 가르치신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아빠를 사랑하는 어린아이의 마음 같은 것이었습니다


종은 주인에게  충성심을  

증명해 보여야만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한 그렇게 증명해 보인 충성심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아빠를 사랑하는 아이는 

굳이 자신이 자녀임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습니다


바록 생떼를 쓰다 아빠에게 혼쭐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종은 행여라도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벌을 받아 버림받을까 늘 조심하고 두려워 하지만


자녀들은 아무리 심하게 혼이 난다 하더라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자녀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때론  자녀 된 자는 종보다 더욱 엄격한 훈육을 받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일수록 더욱 엄한 훈육을 받습니다

자녀는 종과는 달리 

대를 이어  부모를 대신해야 하는 상속자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는 

유대인들의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섬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종교입니다


신약 성경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주인과 종의 관계가 아닌 부모와 자녀로서의 관계로 설명합니다


율법을 어기면 지옥에 보내는 

무섭고 엄한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약 성경 내내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가르침은

하나님은 우리가 즐거워할 때

함께 즐거워하시고


우리가 행복해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누리시는 


아바 아버지로서의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서

기쁘게 해 드려야만 만족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평화롭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가장 큰 기쁨을 누리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모인 우리들은

주일에 교회에 한 번 빠지게 되면

벌주실까 불안해하고


헌금이나 십일조를 안내면 

사업을 망하게 해서 앙갚음을 하시지나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하나님을 철저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섬긴다 했을 때 

이 말의 뜻은 

바리새인들처럼 무조건 하나님의 계명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자녀가 부모를 대하듯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기쁨으로 하나님을 대하는 것에 가까운 말입니다


부모가 가장 행복할 때는

아이와 사랑을 나눌  때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서로가 서로를 기뻐하고 

서로를 즐거워하는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사랑의 관계입니다


이 사랑의 관계는 

서로의 존재 자체를 기쁨으로 여기고 즐거워합니다


저는 오늘 유재석 씨가 유느님으로 불리는 이유를 

이야기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사람들이 유재석 씨를 유느님이라 칭송하는 이유는

파고 파도 끝없이 나오는 그의 미담이나

뛰어난 진행 능력 때문이 아니라 

시청자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재석 씨가 시청자를 하나님처럼 여기며

시청자와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한 


시청자들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를 유느님으로 부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단언하건대 

어느 순간 그가  

시청자들을 자신의 인기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여 맹목적으로 섬기거나


또는 자신의 인기를

오직 자기 능력으로  쌓아 올린

자신의 탑이라고 여기며 교만하게 될 때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유느님이라 불러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내 몸처럼, 

서로를 하나님처럼 여기며

사랑하고 배려하고 섬길 때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천국의 삶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가 혼자서 잘난 듯이 

이웃을 배려하지 않고 

공동체를 이용만 하려들 때


하나님 또한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 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마태복음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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